좀 더 기다리세요
당신의 숨결로 데쳐진 가슴
꽃술은 이미 불이 댕겨
단내를 뿜으며 타고 있어요.
그렇게 조바심으로 흔들어대면
잎이 상해요
저만큼 서서 기다리세요.

문효치(1945~) 시집 "선유도를 바라보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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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이어서 불처럼 순식간에 타오른다는
것이 모두들 하는 소리다.

쉽게 타는 불은 쉽게 재가 되는 법, 그러니까 사랑은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아포리즘 쯤으로 읽는다면 이 시는 싱거워진다.

그렇다고 이 시를 성행위의 소박한 비유만으로 읽어서도 안된다.

시를 지탱하고 있는 건강하고 활력있는 에로티시즘을 간파하지 않고는 이
시가 가진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없을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