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최영미(1961~)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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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즘을 주창했던 미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의 2행시 "지하철 정거장에서"
는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까맣게 젖은 나무 가지 위의
꽃잎들"하고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지하철 속의 사람들을 꽃잎에
은유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이 시인은 지하철을 순대에, 사람들을 밥벌레에 비유한다.

얼마나 사람들한테 지치고 치었으면 사람들을 밥벌레로 비유하게 될까.

시에서 짙은 허무의 냄새가 난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