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압박이냐,포드의 뒤집기냐"

대우차 인수를 추진중인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가 마침내 서울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GM의 루 휴즈 부사장은 21일께, 포드의 폴 드렌코이사는 24일께 각각 서울
을 방문, 본격적인 인수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두 회사 고위층이 동시에 방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측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대우차 매각의 향방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은 이달말께 대대적인 기자회견도 준비하고있다.

그러나 최근 두 회사의 움직임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GM이 여차하면 대우차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흘리며 정부와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는 반면 포드는 채권단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인수준비를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GM의 전략 =존 스미스 회장은 최근 독일의 최대일간지 "쥐트도이체
자이퉁"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우자동차 부채를 인수하지 않을 것"
이라며 "한국채권단이 대우차 부채 1백40억달러를 탕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단이 가장 꺼리는 자산인수방식을 공식 천명한 것이다.

스미스 회장은 이어 미국의 자동차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회견
에서 "만약 대우차인수에 실패하면 아시아시장에서 다른 대안을 모색하겠다"
고 밝혔다.

GM의 이같은 태도는 자산인수방식으로 6~7조원이 관철되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포드 현대등이 자신보다 결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없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최근 한국정부의 입장이 종전보다 덜 우호적이긴 하지만 자신들이 결국
낙점을 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따라서 루 휴즈 부사장 일행은 정부와 채권단을 상대로 고도의 심리전을
펴며 배타적 협상권을 재차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포드의 전략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우.쌍용차 일괄인수 방침을
확정한 상태여서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998년 기아자동차 인수에 실패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세부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다만 실사과정이 필요한 만큼 당장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기 보다는
포드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또 정부를 주요 협상채널로 활용하고 있는 GM과 달리 채권단과의
협의에 무게를 싣고있다.

대우차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채권단과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실사는 현대등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포드는 이 과정에서 현대등 국내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 매각 주간사를 맡은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모든 업체들에 동등한 기회를 주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조일훈 기자 ji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