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를 다 마셔요
내 살을 다 먹어요

그럼 나는 껍데기만 남겠죠
손톱으로 눌러 터뜨린
이처럼

당신한테라면 그래도 좋을 것 같은 건
왜일까

양애경(1956~) 시집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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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그렇지도 않지만 사랑이 맹목이란 말이 생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시도 그것이 주제로서, 당신한테라면 피를 다 먹히고 살을 뜯겨 손톱
으로 눌러 터뜨린 이처럼 되어도 좋겠다는 조금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다.

한데도 식상하지 않게 읽혀 사랑이야말로 시의 영원한 주제라는 진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피"와 "살"로 해서 이 시의 사랑이 마음의 사랑이 아니라 몸의 사랑이라는
뉘앙스를 갖게 하는 것도 덕목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