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독 엎어 만든 굴뚝에서 놀다가
구덩이 속 갓 파낸 노오란 새순과 놀다가
한 때는 토끼장 바닥 콩깍지와 놀다가
감나무 가지 엮어 매단 시래깃단에 와 노는

조재도(1957~) 시집 "그 나라"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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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이나 박용래의 시세계를 연상시키는 토속적인 시다.

새우젓독 엎어 만든 굴뚝, 구덩이 속 갓 파낸 노오란 새순, 토끼장 바닥에
깔린 콩깍지, 감나무 가지를 엮어서 매단 시래깃단...

이제 우리 시골에서조차 보기 어렵게 된 것들이라서 이것들한테 와 노는
겨울볕이 더 따사로워 보인다.

이 시를 과거지향적이니 복고적이니 해서 비판해선 안된다.

좋았던 옛날을 상기시킴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는 일, 이것도 시의
몫이니까.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