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몽각산 중턱에 "부처님 마을"을 세워 지체장애 아동들과 함께
살고 있는 보현 스님.

80년대 이미경이란 이름의 가수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비구니의 모습으로 나타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속세를 떠나려고 마음먹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 "타래"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보현 스님이 구도소설 "너는 부처해라 나는 중생 할테니"
(찬섬, 7천원)를 펴냈다.

이 말은 곧 스스로 나아지리라는 스님의 화두.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려는 숭고한 불심을 담고 있다.

보현 스님은 세상과 인연을 끊고 부처의 땅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의지로 번뇌와 고통을 이겨낸 순간들을 담담한 고백 형식으로 엮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과정도 숨김없이 털어놓고 있다.

출가를 위해 한겨울 지리산 깊은 골짜기로 오른 여인.

고달픈 행자 생활 중에 그는 석태라는 한 지체 장애인의 죽음을 보고
자책한다.

혹독한 행자생활을 마치고 비구니가 된 보현은 진정한 부처의 모습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 첩첩산중으로 만행을 감행한다.

참선, 동굴 속에서의 천일 기도,하루 한 끼의 식사와 8시간의 기도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스님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다가 다시 절로 돌아온 그는 새로운 법명을 받고
오랜만에 평온한 생활을 즐긴다.

"나는 중이 되고 나서 이렇듯 마음이 편안해 본 일이 없었다. 언제나 마음은
길에 놓여 있었고, 길에서 부처님을 찾고자 많은 날들을 헤매고 다녔다.
그 길 어느 지점에서 나는 우뚝 멈추었고 아이들을 만났다. 그 아이들이
내게는 길이요, 부처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내가 이들을 위해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난 후였다"

그가 찾은 부처는 바로 곁에 있는 중생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장애를 안고
사는 아이들이었다.

스님은 "지체 장애아들을 돌보는 수행이야말로 부처님께 가까이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