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섭의 1930년대 소설 "구름을 잡으려고"(좋은책만들기)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출판사가 기획한 "다시 찾아 읽는 아름다운 우리 문학" 시리즈의 첫권이다.

이 작품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떠난 이민 1세대의 아픔을 그린
것이다.

준식은 단박에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으로 미국행 배에 올랐다가 멕시코
사탕수수 밭에서 노예처럼 살아간다.

미국으로 넘어간 뒤에도 벌목장에서 죽어라고 일하지만 지진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만다.

다시 일어선 그는 포도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사진결혼으로 아내를 맞아
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아이가 남의 자식임이 드러나고 아내마저 전재산을 훔쳐
달아나버리자 재기불능의 절망에 빠진다.

아들에게 희망을 걸고 평생을 견디던 그는 어느날 거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가 병실에서 눈앞에 가물거리는 구름을 보고 손을 뻗는 순간 그것은
멕시코 농장에서 찍힌 종의 화인으로 변한다.

그 환영을 바라보며 준식은 빈주먹만 그러쥔 채 눈을 감는다.

휴머니즘과 리얼리즘이 조화된 이 소설에는 당시 민중들의 삶과 고통,
약소민족의 회한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뜬 구름을 잡으려고 허둥대는 인생의 헛손질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단편 "북소리 두둥둥" "인력거꾼" "열 줌의 흙"도 실려 있다.

문학평론가 전영태씨는 "주요섭이 구현하고자 했던 순수애와 국경을 초월한
인간 감정의 본령을 재확인시켜주는 작품들"이라고 평가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