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의 통화정책 방향도 천년전과 똑같습니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 앞서
던진 우스갯소리다.

그로선 단기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정책방향을 알게 쉽게 표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일견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은 사뭇 달랐다.

4월 총선때문에 금리기조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총재는 한은법
3조를 거론했다.

이례적이었다.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돼야 한다"며 3조를 외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치는 물론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금리정책에)영향을 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선거와 금리문제를 결부시키지 말라는 부탁같기도 했다.

또는 경제부총리제가 신설돼 한은의 위상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뭔가 밝혀두고 싶다"고 작정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질문은 장.단기금리차 문제로 옮겨갔다.

5%포인트 안팎으로 벌어진 장.단기금리 격차가 장기화되고 있어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지 않았느냐는 지적이었다.

채권시장에 참여하는 대부분 딜러들의 의견과 다르지 않은 질문이었다.

장.단기금리간의 고리가 끊어지면 금리차를 노린 재정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기 어렵다.

당연히 금리파급효과도 작아진다.

이로인해 일각에선 단기금리를 "인상"하는 정책이 아니라 단기금리를
"현실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게 현실이다.

전 총재의 답변은 간단했다.

"장단기금리차 확대가 오랫동안 지속돼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개선될 것이다"

총재의 어투는 단언에 가까웠다.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면 채권금리도 안정상태로 돌아갈 것이다"며 다시
한번 반복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 총재가 할 수 있는 그런 범주의
발언들이었다.

그러나 그 시각 장기금리는 또 오르고 있었다.

전날 연10.05%로 마감됐던 회사채 금리는 10.08%로 상승했다.

장단기 금리차는 더 벌어졌다.

사실 한은은 요즘 시장과 따로 논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실질적인 중앙은행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래서 한은의 고민은 커진다.

미국의 유머작가 윌 로저스는 "태초이래 세가지 위대한 발명품은 불 바퀴
중앙은행 제도"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이 한국에선 정말로 유머로 들리는 모양이다.

< 이성태 경제부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