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다시 외국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히 순매수를 보이다가 5일부터 돌연 안면을
바꿔버렸다.

현물시장에서만이 아니다.

선물시장에서도 대규모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와는 전혀 다른 매매패턴이다.

물론 1차적인 순매도 원인은 전세계 주가의 폭락세다.

미국 금리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불안해지자 일단 몸을 사리고 보자는
모습이다.

올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등을 좋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지만 작년 10월이후와 같은 적극적인 순매수를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많이 오른 정보통신주등은 차익실현하고 실적이 좋으나 저평가된 종목은
매수하는 소극적인 교체매매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매매동향 =5일 1천1백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9월27일이후 최대 규모의 매도우위다.

6일에도 4백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요 순매도 종목은 한국통신 데이콤 LG정보통신 다우기술등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정보통신주였다.

반면 현대차 삼성물산 포철 주택은행 한솔제지 삼성물산등 소외됐던
업종대표주를 적극적으로 순매수했다.

미국의 모건스탠리증권 메릴린치증권등은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로 포철에 대해 매수추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선물과 옵션시장에서의 외국인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5일 4천6백10계약의 선물을 순매도(누적으로는 5천4백95계약)했다.

지난해 11월24일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같은 날 콜옵션은 1만4천8백72계약을 순매도했고 풋옵션은 2만1천65계약을
순매수했다.

콜옵션 누적포지션은 2만4천8백25계약의 순매도다.

풋옵션은 4만2천3백38계약의 누적순매수 포지션이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향후 주가하락을 예상해 적극적인 헤지에 나섰다는
얘기다.

<>매매 창구모습 =일단 마구잡이로 팔아치우는 패닉상태에 빠지진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한 관계자는 "매도종목이 확산되고 있는게 아니라
정보통신주쪽으로 집중되고 있어 공황상태로 접어든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예년말 외국인의 현금보유비중이 통상 14% 정도였으나
지난 연말엔 3% 정도로 지나치게 낮아졌다"며 "세계증시 불안으로 주식을
팔아 현금보유비중을 늘려야 할 때로 인식하는 외국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연말 실탄을 너무 소비해 버렸다는 분석이다.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관계자는 "최근에는 장단기 투자자가 구분이 안된다"
고 말했다.

적정 수익이 나면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 다시 사들이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잘 나가던 미국증시가 불안해지자 그쪽에서 오르거나 내리는
종목에 동조해 한국주식을 팔거나 사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말까지 주가가 많이 오른 정보통신주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가
적정가격인지 검증되는 단계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종합주가지수의 향후 적정선 여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어떤
업종의 종목이 저평가돼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전망 =이 관계자는 "올연초장을 보고 지난 연말까지 살만큼 사놓은
외국인이 많아 당분간 적극적으로 매수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버그 딜론 리드의 한 영업담당 관계자는 "장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매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국내 투신사의 향후 행보를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