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 세대"의 CEO(최고경영자) 시대가 활짝 열렸다.

40대 나이, 70년대 학번, 50년대 출생한 "전후 세대"들이 기업 CEO에 대거
오르면서 확고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뉴 밀레니엄을 눈앞에 두고 최근 단행되고 있는 대기업 사장단 인사는
이런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 경영 승부처가 e(전자)비즈니스 생명과학 디지털 등 새로운 미래
사업군으로 옮겨가자 21세기 뉴 밀레니엄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기업들의
강한 의지가 인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세대 교체가 아닌 창의성과 전문성 결단력으로 탁월한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물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것이 올 재계 인사의 핵심이다.

22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475 세대의 돌풍"
이다.

대표이사 승진자는 모두 21명.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명이 40대에서 50대 초반이다.

이번 인사로 삼성 대표이사들의 평균 나이는 지난해 56세에서 54세로
젊어졌다.

특히 국내 최대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에 475 세대 CEO가 대거 등장했다.

그 대표주자는 올해 47세인 진대제 사장.

대표 부사장이 된 임형규씨와 황창규씨는 46세, 이상완 대표는 49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대표이사 12명 가운데 40대가 5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13일 있었던 LG 사장단 인사에서도 475세대 도약이 두드러졌다.

허영호(47) LG마이크론 대표와 허승조(49) LG백화점 대표가 40대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인사대상 14명 가운데 8명이 40대를 갓 넘긴 50대 초반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G는 이번 인사로 사장단의 평균 나이가 55세에서 53세로 낮아졌다.

현대는 아직 그룹 전체 정기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으나 21일 일부 단행된
자동차부문 사장단 인사에서 475 세대의 등장이 이뤄졌다.

현대자동차 국내 영업을 담당하던 59세의 노관호 사장이 물러나고 47세의
이계안 총괄사장이 이 부문까지 맡게 됐다.

자동차부문 조정역할을 하는 현대.기아 자동차부문 기획조정실장에는 47세
의 정순원 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이 발탁됐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성공한 벤처 기업 CEO의 평균도 "475"다.

한국경제신문이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 1백대
성공 벤처기업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표준 벤처기업인은 41세로 나타났다.

475 세대의 막내들이다.

사장단을 제외한 임원 인사에는 475 세대들을 누르고 386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

LG 임원 인사에서 30대 임원이 6명이나 탄생했다.

4대 그룹 임원 가운데 30,40대의 비중은 이미 60%를 넘어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천년을 맞아 기업들이 정보통신 생명과학
디지털 등 신규 사업과 연구개발에 주력하면서 재계의 "젊은 피 수혈"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정호.강현철 기자 j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