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살이 넘은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연주회를 그만둔지도 수십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노인은 피아노 치는 일을 하루도 걸러지 않았다.

이웃사람들이 그토록 열심히 피아노를 두드리는 까닭을 물었다.

노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요즘도 피아노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다네"

경기나 기업실적이란 것도 피아노 실력처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탓에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까닭에 주식시장도 가끔은 수급요인에 휘청거리곤 한다.

지난 한 주는 확실히 수급과 심리상황에 주가가 흔들렸다.

그런 수급악화도 금주면 대충 매듭이 지어진다.

1월엔 공급물량이 거의 없다.

수급이 호전되면 기업실적에 대한 관심도 되살아난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주가일수록 신뢰도는 높아진다.

< 허정구 기자 huhu@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