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보화가 부진한 까닭은 크게 3무로 압축된다.

최고경영자의 의지, 돈, 전문인력 등이 턱없이 모자란 것이다.

이에 따라 "정보화가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라는 최고경영자의 인식전환과
함께 돈과 전문인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이루는 획기적인 지원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낙후된
정보화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간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될 새천년에 곳곳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e-CEO가 드물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박노련 경영정보화지도실장은
"종업원 20명이하의 영세한 기업은 아예 전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종업원들은 정보화로 업무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반기는 입장이지만
정작 최고경영자가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한상의가 실시한 중소기업정보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화의 중요성
에 대해 보통 이하로 인식하는 경영자가 58.2%에 달한다.

정보화를 경영전략이라기보다는 전산기술적 문제로 취급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정보화에 대한 필요성을 아직 덜 느끼고 있어서다.

최근들어 대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부품구매 등을 하면서 1차 협력업체
에서나 필요성을 느끼는 정도다.

공공기관에서도 서둘러 정보망을 통해 조달체계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고경영자의 정보화 마인드 부족으로 21세기 상거래를 뒤바꿀 것으로
예견되는 전자상거래의 이용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자사 홈페이지를 구축해 운영하는 경우가 30% 정도이고 전자상거래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도 56%에 그치고 있다.

경영정보를 얻을때 인터넷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 기업도 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돈 부족 =한때 소프트웨어업계에 중소기업형 ERP(전사적지원관리) 시스템
붐이 일어난 적이 있다.

대기업을 타깃으로 개발된 탓에 가격이 비싸 중소기업에 적합하지 않는
점을 감안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가격을 내린 ERP를 잇달아 개발하고 나선
것.

그러나 중소기업형 ERP 시스템도 이를 까는데 1억~2억원 정도는 든다.

그러다 보니 정보화계획을 세워 놓고도 예산을 뽑아본 뒤 포기하는 중소기업
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 제과업체도 돈 때문에 정보화가 무산됐다.

중진공의 정보화추진 실태조사에서도 자금부족으로 정보화를 못한다는
중소기업이 가장 많았다.

정보화추진 애로로 예산 및 자금부족을 꼽은 기업이 전체의 30.8%로 가장
많았던 것.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돕는 정책자금도 분산돼 있는데다 다른 정책자금의
일부 용도로 섞여 있어 중소기업이 잘 알지 못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진공이 중소기업 구조개선자금에서 지원하는 정보화 지원자금은 올들어
60개사에 1백20억원이 나가는데 그쳤다.

정통부의 일부 정책자금과 통합, 확대하는 식으로 중소기업 정보화 자금
지원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전문인력 부족 =중소기업에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정보화
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인력을 두지 않는 곳이 허다하고 전담부서까지 설치해 정보화를 추진
하는 중소기업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중진공 조사에 따르면 사내의 정보시스템 개발을 담당할 전산담당 인원수가
5명 미만인 업체가 63%를 차지한다.

아예 전산담당가 없는 경우도 27%에 이르고 있다.

대한상의 조사에서는 전담부서가 없는 중소기업이 전체의 81.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보화 전문인력이 종업원 대비 5% 이내인 업체도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PC 보급만 많이 됐을 뿐 전반적인 정보화 인프라 및 개발력은 매우 취약한
수준에서 벗어나고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직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들은 대기업들의 적극적 교육으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2~3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전문인력 부족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인력이 없다 보니 정보화를 추진하려 해도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고민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알음알음으로 연결된 SI업체에 정보화를 맡기는 것도 스스로는 여러 SI업체
의 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돈들여 구축한 ERP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도
수두룩하다.

경기도 안산에서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최근 중소기업청에 하소연을
해 왔다.

지난 4년간 회계 등 업무전산화를 위해 SI업체에 용역을 맡겨 개발한 정보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됐다며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전산책임자조차 회사를 떠나버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 오광진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