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지팡이를 든 노신사 한분이 차가 다니는 대로를 건너고 있었다.

횡단보도가 아닌데도 아주 느린 걸음이었다.

지나다니던 차도 노신사의 느닷없는 행동에 그 자리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노신사가 걸음을 멈췄다.

길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집어들었다.

그리곤 다시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경적을 울리거나 짜증을 내는 이가 없었다.

"아, 그랬었구나"하는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긴장됐던 길거리는 금새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긴장된 장면을 기억하는 이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뿐이었다.

주가도 기억이 없기는 거리의 풍경과 다를 바 없다.

상황이 변하는대로 움직일 뿐이다.

기억이 있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사람이다.

주가가 1,000고지를 넘어선 것은 상황이 바뀌는 조짐이다.

< 허정구 기자 huhu@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