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과 형설지공.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경을 딛고 학문에 몰두하는 모습을 그린
고사성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대학의 신설학과 얘기가 눈길을 끈다.

"야, 이런 학문도 있나?"

이런 말이 절로 나오지만 사실 배움엔 끝이 없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 몸을 섞고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관계.

부부간의 섹스는 그래서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양념이자 목적일 수 있다.

그런데도 학문으로 다루기는 커녕 배움의 대상이 될 수 없었던 것이 섹스
였다.

나이가 차면 남녀의 오묘한 섭리를 저절로 깨우치게 마련인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섹스라지만 "아무한테서도 배우지 않는다"
는 것 역시 곤란하다.

긴 막대기로 호두알 만한 공을 때려 잔디에 숨어 있는 자그마한 컵 속에
집어넣는 골프.

단조롭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게 아니다.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언제나 틈틈이 공이 있건 없건 클럽을 들고 스윙
연습을 한다.

또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퍼팅연습에 몰두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재미없기 그지없다.

테니스 볼링 당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어느 스포츠건 처음 입문할 때는 무의식중에라도 바른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지겹도록 반복연습을 해야 한다.

조금 지나면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다.

초보자일수록 바른 자세를 익히려하기 보다는 화려한 고난도 기술에 관심을
쏟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스포츠든 점점 깊이 있는 세계로 들어갈수록 기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적과 나, 단순한 구도의 스포츠도 자세의 옳고 그름에서 게임의 성패가
나눠질진대 그 깊이를 측량하기 힘든 남녀의 운우지락에 있어서야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는가.

섹스 역시 초심자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여러 가지 자세를
익히려 애쓴다.

애쓴 만큼의 보람도 얻곤 한다.

섹스도 연마해야 한다.

그것도 이론과 실기를 함께 해야 한다.

섹스도 스포츠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젊어서 투지와 파워를 앞세웠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노련미와 경험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섹스는 과연 평생교육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만이 성공하는 법이다.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