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데 자나르디 < 에르메네질도 제냐코리아 패션 코디네이터 >

떡 벌어진 어깨, 탄탄한 가슴, 군살없는 잘록한 허리...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이상적인 체형이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모습이 아니더라도 남성이라면 누구나 어깨 또는
가슴사이즈와 허리 둘레에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남성복 전문가들이 드롭( drop )이라고 부르는 이 가슴둘레와 허리둘레의
차이는 사실 양복을 입을 때 반드시 고려돼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오늘은 멋쟁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이 드롭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자신의 드롭 사이즈를 계산해 보자.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슴둘레cm/2)-(허리둘레cm/2)=드롭 사이즈"다.

즉 가슴둘레가 1백cm이고 허리둘레가 34인치(약 86cm)인 경우라면 드롭이
7이 된다.

한국인이나 이탈리아인의 표준 드롭은 보통 6~7 정도이고 역삼각형의 상체를
자랑하는 육체미 선수나 체조 선수 중에는 8에서 많게는 10드롭까지도 볼 수
있다.

반대로 배가 많이 나오고 뚱뚱한 남성의 경우라면 드롭 4 이하의 수치가
나온다.

그러고 보면 드롭 치수는 비만도 내지는 건강도와도 직결되는 느낌이다.

남성의 상체 체형을 말해주는 이 드롭 개념은 남성복업계에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나 고급 맞춤복에서는 상당히 중요
하게 취급되고 있다.

남성복을 만들 때 이 드롭을 감안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이렇게 가슴에서 허리로 떨어지는 드롭 라인이 자신의 체형에
맞아야 자연스러운 어깨 모양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재킷의 뒷선 역시
매끈하면서도 몸의 곡선과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롭의 개념이 도입되지 않은 경우는 같은 사이즈라 해도 입는 사람에 따라
그 옷 모양새가 달라진다.

허리둘레에 비해 가슴둘레가 빈약한 경우는 가슴 주변이 필요 이상으로
넉넉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 다른 곳은 잘 맞아도 배 주변이 꼭 낀다든지
하는 현상이 기성복을 살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맞춤복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본인의 드롭 사이즈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세련된 멋쟁이의 숨은
비결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아직도 상당히 많은 맞춤 양복점들이 있고 이를 고집하는 고객들도
많은 것 같다.

다음번 양복을 맞출 때에는 "나의 드롭 사이즈에 맞게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보이지 않는 놀라움 속에 양복점 측으로부터 수준 높은 고객으로 대접받을
수 있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