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프로그램에 대해 자체적으로 내용을 심의하는 자체심의제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등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의인력의 비전문성과 업무 중복 등이 효율적인 자체심의를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방송위원회 세미나에서 정순경 방송위 심의국장이
발표한 "방송사 자체심의 운영 현황 및 제도 정착 방안"에서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98년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심의위반 건수는 총 1천2백85건
으로 97년의 1천64건에 비해 20.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시청자에 대한 사과,연출자 징계 등 각종 법정제재는 97년 42건에서
98년 1백26건으로 3배 이상이나 증가해 심의 위반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심의위반으로 방송위에서 제작진이
의견진술을 한 52건 중 70%가 넘는 37건이 방송사의 자체 사전심의를 거친
것으로 집계돼 자체심의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방송 원고, 큐시트, 대본 등을 중심으로 자체심의가 이뤄지고
있어 실제 시청자에게 전해지는 내용을 정확하게 검토할 수 없는 현행 심의
방식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인력 부족, 촉박한 프로그램 제작일정 등을 이유로 제작진에게 심의권한
을 맡기는 위임심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 방송사에는 심의 담당자가 아예 없거나 타업무와 겸하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8개 지역민방 중 청주방송은 심의부서를 별도로 두지 않았으며 인천방송과
대구방송만이 심의업무만을 전담할뿐 나머지는 심의담당 직원이 홍보, 기획
업무 등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주관한 정 국장은 "매체와 채널수가 늘어나면서 방송사의 자체 심의
기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면서 "방송사들은 심의 조직의 위상
확보, 전문 인력 보강 및 예산 지원 등 다각도의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