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이 "배달왕" 타이틀을 무난히 지킬 것인가.

유창혁9단이 29일 한국기원에서 조훈현9단을 맞아 n016배 제7기 배달왕기전
도전5번기 제3국를 가졌다.

유9단이 앞서 열린 2차례의 대결에서 연승, 이번 대국에서 이길 경우
배달왕타이틀을 방어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통신하이텔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통신
프리텔이 후원하는 이번 대국은 유9단이 조9단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예상은 빗나갔다.

유9단이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서 싸움을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두 기사는 초반 포석에서 상식대로 수순을 전개했다.

흑을 쥔 조9단은 우하귀와 하변에서 집을 만들며 실리를 쌓아갔다.

유9단은 중앙에 거점을 형성하며 전투에 유리한 세력바둑 모양새를 갖췄다.

유9단이 상변 흑진에 뛰어들며 전투는 가열됐다.

백은 상변 흑진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좌변쪽에 세력를 키워갔다.

중앙에서도 흑마의 포위망을 피해 유유히 달아났다.

김수영7단은 "유9단이 공즉유여(공격이 여유를 가져온다)란 격언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토실 기사들은 대국 승패의 첫 분수령이 중앙전투를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봤다.

<>. "일지매"(유창혁)와 "제비"(조훈현)란 별명 답게 두 기사는 모두
"날쌔다"는게 공통점.

이날도 일지매처럼 반듯한 용모의 유9단은 전광석화같은 공격을 여러차례
선보였고 조9단은 제비처럼 날랜 행마를 과시했다.

검토실에선 두 기사가 비슷한 스타일이어서 서로에게 어려운 상대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이번 대국에 나선 두 기사는 "절박한 상황"에서 "신중한 착점"을
이어갔다.

초로의 조훈현은 나이와의 싸움를 병행해야 했다.

요즘 정신이 흐려져 실수를 연발한다고 최근 고백하기도 했다.

또 배달왕타이틀전에선 2패를 당한 터여서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졌다.

반면 신혼살림을 차린 유창혁은 "생활"이란 현실문제 앞에 서게됐다.

배달왕이 그가 보유중인 유일한 국내타이틀이어서 이날도 배수진을 치고
경기에 임했다.

특히 올시즌 8개 도전기중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도 두 선수에게 압박감을
더해줬다.

<>. 장주주 루이나이웨이9단 부부는 검토실에서 대국을 따라 두며 시종
판세를 저울질했다.

루이9단은 중반들어 "흑이 괴로와요"라고 말했다가 다시 "혼전에 빠져들어
말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두 기사가 다음 한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족집게 처럼 맞혀
주위기사들을 놀라게 했다.

< 유재혁 기자 yoo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