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말 신기술을 개발한 이 회사는 미국에서 1백30만달러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운영자금이 바닥나 계약서를 들고 은행을 찾아다녔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특허 출원을 도와준 시화특허법률사무소의 나천열 변호사를
찾았다.
나 변호사는 기술만을 보고 선뜻 5억원을 투자했다.
오펙엔지니어링은 이를 기반으로 기사회생, 올해 매출 60억원에 순이익
1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천열(40) 변호사는 기술력이 있지만 돈없는 벤처기업에 천사로 통한다.
벤처기업 돕기에 나선 것은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가진 기업이 제대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부터.
"수년간 변리업무와 특허침해소송을 담당하면서 우수한 중소기업이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IMF관리체제 이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지는 것을 보니 안타깝더군요"
나 변호사는 벤처기업에 가장 절실한 것은 기술평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난해말 기술평가센터를 세웠다.
기술력을 정확하게 분석해 잠재력 있는 기업을 투자자와 연결해주기
위해서다.
평가비용은 건당 1천만~2천만원.
하지만 기술평가를 해줬다고 해서 무조건 수수료를 받지는 않는다.
투자유치가 성공할 경우에 한해 의뢰 기업의 지분 2~3%를 받는다.
이를 통해 나 변호사는 에이에스비 유니소프트 등 7개 벤처기업에 1백억여원
의 자금을 유치해줬다.
지난달 평가센터를 법인(시화기술평가)으로 전환하고 세무.회계에 밝은
김원중 변호사와 백승남 박문수 최영복 최종원 변리사를 영입, 입체적인
지원시스템도 갖췄다.
내년부턴 매월 1개 회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나 변호사는 벤처기업을 지원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선 벤처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기술평가료를 주식으로 받는다.
다른 투자자가 믿음을 갖도록 적은 액수라도 직접 투자하고 있다.
또 투자자의 지분인수 규모가 전체 주식의 20%를 넘지 않는다.
안정된 경영을 돕기 위해서다.
수출 가능성이 높은 국산 기술에만 투자하는 것도 그의 철칙이다.
(02)501-1560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