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세금리는 연일 상승해 채권
시장의 불안감을 다시 증폭시키고 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물가불안 심리에다 정부의 "정책 따로, 집행 따로"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대우채권이 본격환매되는 시점(10일)에 대비해 실탄
을 비축해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5일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연 9.57%를 기록, 전날보다
0.18%포인트 상승했다.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달 29일 연 9%대에 다시 진입했으며 11월들어선 4일
연속 상승하며 0.57%포인트나 치솟았다.

상승세를 타기는 국고채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달 22일 연 7.70%를 기록한 이후 2주일동안
0.74%포인트나 뛰었다.

채권수익률이 상승을 거듭하는 것은 무엇보다 채권수익률 상승을 예고하는
발언이나 발표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4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물가를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찬익 한화증권 채권팀장은 "물가가 불안하다는 것은 오른다는 얘기며
이는 금리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참가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이 내년 실세금리를 두자릿수로 예측된다고 발표한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채권시장안정기금의 적극적인 매수의욕이 사라졌다는 점도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채권시장안정기금으로 하여금 투신사 보유채권을 무제한 매입토록
했다고 발표했지만 채권시장안정기금은 채권을 거의 사들이지 않고 있다.

실제 채권시장안정기금은 이달들어 지난 4일까지 거의 채권을 매입하지
않았다.

또 5일에는 2천억원 어치 매입에 그쳤다.

채권시장안정기금 관계자는 "시장의 분위기가 악화돼 무제한 매입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당분간 회사채 수익률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일한 매수세력인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시장금리 이하에서 매입하는 것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은 환매에 대비해 채권을 내다팔수 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금리하락
의 이끌 주체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회사채 수익률이 두자릿수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백경호 채권시장안정기금 운용부장은 "회사채 수익률 기준 연 10%대는 너무
높다는게 기금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금의 목표금리는 현재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의 매수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은 20조원을 조성했으며 현재까지 12조천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남은 돈이 7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와함께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추가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은 오는8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우채권의 80%가 지급되는 첫날인 오는 10일 이후엔 금리상승세가 꺾일
것이란게 일반적 관측이다.

또 고수익채권펀드(일명 그레이펀드)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투신권의
유동성이 강화되면 기금의 시장개입이 없더라도 실세금리는 하향안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박준동 기자 jdpower@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