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미학의 태동과 변천과정을 조명한 중국 런민대학 철학과 장파 교수의
대표적 저서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푸른숲, 2만3천원)이 번역
출간됐다.
장파 교수는 문화혁명 이후 신시기와 후신시기를 거치면서 서구 학문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중국의 학문적 담론 구도에서 문화보수주의자로 분류된다.
현재 중국학계는 왕훼이를 포함한 신좌파와 리저호우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그룹, 서방의 탈근대사조에 치우친 학파, 전통의 새로운 재구성을 겨냥하는
문화보수주의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문화보수주의는 5.4운동 이후 줄곧 "반동"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문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장파 교수는 이 책에서 동서양 문화정신과 미의식의 형성과정을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동서양 예술작품은 물론 철학적 종교적 문화사적 맥락까지 꼼꼼히
살핌으로써 동아시아 문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길을 걸어 현재에 이르렀는지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는 또 중국학자가 빠지기 쉬운 고답적 실증주의나 중화주의를 넘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동서양의 미학을 비교하고 있다.
특히 서구문화의 가장 중요한 방법론 가운데 하나인 "변증법"과 중국적
사유의 핵심인 "음양론"에 대한 철저한 성찰을 통해 동서양 미학의 새로운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장파 교수는 "다양한 사상은 문화적이며 동시에 인간학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어떤 사상들간에 융합이 필요하다면 그 사상들은 자연히
융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지하 시인은 "동서양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깊은 어둠 속에서 마치
"흑요석"처럼 빛나는 저작"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됐던 미학 관련서들이 서구의 문예미학만을 중점적으로
다뤄 학문적 협소함을 벗어나지 못한데 비해 이 책은 미학 연구의 대상을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