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흑돼지인데, 제주도에선 먹을 수 없다니…"최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제주산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한 TV홈쇼핑 프로그램의 방송화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제주산 흑돼지 모듬세트를 할인된 가격에 특별 판매하면서 '제주 및 도서·산간 배송 불가'란 자막이 달린 걸 이상하게 여긴 네티즌들이 많았다.“제주산 흑돼지를 정작 제주도민은 값 싸게 즐기지 못 하는 게 황당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이 캡쳐 화면은 제주 일부 식당에서 기름이 가득한 돼지고기를 판매하면서 배짱영업을 하다가 사회적 파장이 커진 시점에 확산해 더 관심을 모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상당량의 제주산 신선식품에 적용되는 독특한 유통 구조 때문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흑돼지를 포함한 도내 돼지고기의 약 70%가 내륙으로 먼저 보내지고 있다는 게 지역 도매업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1+’ 혹은 1등급인 고품질의 돼지고기는 내륙에 있는 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가 대부분 선점해 납품받고 있다.높은 등급의 제주산 돼지고기가 육지로 먼저 나가기 때문에 현지에서 질 좋은 고기를 구하려면 웃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게 웃지 못 할 현실이란 얘기다. 현재 제주도 내 9곳의 흑돼지 전문 식당에 고기를 납품하고 있다는 40대 도매업자 김모씨는 "도내에서 판매되는 흑돼지는 가격이 결코 내륙보다 싸지 않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춰 제주도보다 더 싸게 흑돼지를 판매하는 육지 식당들도 많다"고 설명했다.한 도내 양돈농가 관계자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도내 도매업자들보다 가져가는 물량이 훨
63세 한국학과 새내기부터 아이유 팬 할아버지까지…. 한국 ‘찐팬(진짜 팬)’ 외국인 49명이 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지난 20일 방한(사진)했다.관광공사가 185개국, 7만7000여 명의 지원자 중 선정한 만큼 특별한 스토리가 많다. 몽골에서 온 오논 남수렌(37)은 11년 전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아버지가 심장병 치료를 받은 후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전에는 수술 때문에 관광을 못 해서 아쉬웠다”며 “포장마차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20년 전 수학여행으로 한국을 다녀간 대만의 한 여고 동기생 10명도 다시 한국 방문의 행운을 잡았다.K팝과 K드라마 매력에 빠져 한국 팬이 된 외국인도 다수였다. 한국 드라마와 가수 아이유를 향한 팬심으로 화제가 된 미국인 제브 라텟(76)도 초청됐다. 그는 “시차를 느낄 새도 없을 만큼 신난다”며 “저녁에 소주와 매운 음식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쿠넷 판 덴 베르그(63)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고 매료돼 오는 9월 네덜란드 명문 레이던대 한국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다.이들은 이날 서울 삼청각에서 환영 행사를 마친 후 5개 조로 나눠 오는 24일까지 서울 부산 전주를 관광한다.라현진 기자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은 거북하다. 한눈에 봐도 보기 좋은 아름다움보다 선전·선동을 위한 자극적인 표현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을 통해 사회에 대해 발언한다’는 민중미술이 아이러니하게도 시민의 곁에서 멀어지게 되는 이유다.최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024 아워세트: 성능경×이랑’ 전시는 조금 다르다. 저항의 뜻을 담았다고 하는데 무겁지 않게 흥미를 자극한다. 1944년생 한국 1세대 전위예술가 성능경과 1986년생 청년 싱어송라이터 이랑은 말한다. “삶이 어려워도, 예술은 쉬워야죠.”각각 시각예술과 대중음악에서 활동하는 두 예술가는 42년의 나이 차이를 넘어서 사진과 설치, 영상, 사운드, 앨범 등 33점을 한 공간에 배치했다. 수원시립미술관의 ‘아워세트’ 기획전은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창작자 둘을 연결하는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의 브랜드 전시다. 성능경의 설치작품을 배경으로 이랑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뮤직비디오가 상영된다. 세대 갈등과 남북한 관계, 언론 통제 등 사회 이슈를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이들의 작품은 ‘따로 또 같이’ 호흡한다.두 작가가 다루는 주제는 직관적이다. 실험미술과 독립 음악이라는 낯선 장르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든 성능경의 ‘백두산’은 이랑의 뮤직비디오 ‘임진강’과 함께 전시됐다. 통일을 상상하며 만든 성능경의 ‘대동여지도’와 이랑의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이들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저항’이다. 전시장 입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