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금융빅뱅을 놀라울만큼 정확하게 예견한 소설이 출간됐다.

금융딜러 출신 여성작가 코다 마인(48)의 "금융열도"(이정환 역, 전2권,
씨앤씨미디어).

이 작품은 굴지의 은행들이 무너지는 과정과 국제금융계의 냉혹한 파워
게임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부실채권이 왜 생기고 어떻게 유통되는지, 금융산업 구조가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은행합병과 외국자본 유입 등 몇년 전의 일본과 흡사한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코와은행 뉴욕지점에 근무하던 일본인 딜러의 투신자살로
시작된다.

엄청난 부실채권과 경제관료들의 무모한 판단 사이에서 희생양이 된 그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이 큰 줄거리다.

그는 조직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를 비관하며 은행의 비밀장부를
컴퓨터에 기록해놨다.

이를 단서로 엄청난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은행 체질을 약화시킨 뒤 공적자금이라는 처방약으로 그들을 통제하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대장성 관리들,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리는 경제정책의
허상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작가는 미국계 은행과 증권회사에서 기관투자가를 담당하며 수천억원을
주무르던 큰손.

그는 95년작 "더 헷지 회피"에서도 엔고시대를 예측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업체에 소속돼 있으면서 일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일했던 경험이
국제적인 시각을 키워줬다.

그가 이 소설을 완성한 97년까지만 해도 은행이 쓰러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책 출판을 앞두고 홋카이도은행이 도산했다.

장기은행도 무너졌다.

곧 이어 은행 합병 회오리가 일본 전역을 강타했다.

이 소설은 일본 공영방송인 NHK에서 이달부터 TV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