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빚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채권은행과 맺은 약속대로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낮추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기업 입장에서는 연말 부채비율 점검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할수 밖에 없다.

대우사태가 증시침체로 이어져 증자여건이 악화된데다 자산매각 협상도
지지 부진해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일단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채비율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추진하는 재무구조개선 노력이 자칫 기업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증자에 총력전 =연말까지 서둘러 부채를 줄여야 하는 주요 대기업들은
부채상환 자금마련을 위한 증자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현대는 연내 현대자동차 1조원 기아자동차 7천5백억원 현대중공업 4천억원
등 6,7개사가 총 3조원이상을 증시에서 조달해 부채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전자도 27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현대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연말께 주식시장이 괜찮아지면 증자를 예정
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 증시상황으로는 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5억달러 규모의 주식예탁증서(GDR)를 15.85%의 할인율로
발행하는데도 애로를 겪었다.

LG는 11월중 상사와 건설이 각각 9백억원, 9백20억원의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SK도 1조5천억원 가량의 증자가 예상돼 있다.

효성도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11월초 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증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주식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며 적절한 증자 타이밍을 찾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코스닥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약 4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인
금호는 코스닥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대규모 증자물량이 다시 증시를 압박하는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서두르는 자산매각 =현대는 현대강관 대한알루미늄 현대엘리베이터
금강기획 등 20개사를 매각하고 인천제철을 계열분리하는 방식으로 그룹
부채를 혁신적으로 줄여갈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의 계열사는 지난해말 79개에서 26개로 3분의 1로 줄게
된다.

막바지 협상이 진행중인 대한알루미늄 등 4~5개 업체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연내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매각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현대측은 전했다.

6월말 현재 부채비율이 3백71%인 쌍용양회는 쌍용정유 지분을 해외컨소시엄
에 9천억원에 매각하고 서울 삼각지 부지(1천5백억원)를 매각해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코오롱상사는 보유중인 신세기통신 지분을 미국 에어터치인터내셔널사에
가능한한 연내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한화도 발전설비 부문 외자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증자와 마찬가지로 대기업들은 자산매각에서도 시한에 쫓겨 협상력
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설혹 어렵게 계약을 맺더라도 조건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대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원화/외화예금 무차별 해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보유 현금으로 차입금
을 상환하려는 대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 투자와 연구개발을 위해 비축해 놓았던 사내유보금마저도 빚을 갚는데
투입할 기미다.

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곳이 적지 않다.

투자를 할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모 기업은 미래 수익사업을 위해 아껴 놓았던 유보금 전액을 최근 부채상환
에 써야 했다.

해외사업에 필요한 외화도 환전해 빚을 갚아야 할 상황이다.

이병욱 전경련 기업경영팀장은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유중인 현금으로
빚 갚는데 주력할 경우 자칫 흑자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기업은 운전자금 부담이 커지는 외상판매를 연말까지 자제할 것을
영업부서에 지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무리하게 낮추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2백% 부채비율은 실세금리가 20% 수준일때 만든
기준인 만큼 환경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
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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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비율은 ]

부채비율은 부채(빚)를 자기자본(밑천)으로 나눠 백분율한 값이다.

자기돈은 얼마인데 빌린 돈은 그 몇배가 되느냐 하는 의미다.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에 대해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 2백%"를 맞추라고
요구해 왔다.

부채가 1조원일 때 자기자본은 5천억원인 기업을 만들라는 얘기다.

빚이 너무 많으면 외부의 쇼크앞에 기업이 쓰러질 수 있으므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선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정부측의 논리였다.

이를 위해선 빚을 줄이거나 자기자본을 늘리면 된다.

공장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팔아 빚을 갚거나 증자 외자유치를 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