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온통 성이 화두다.

영화 문학 방송할 것 없이 성에 대한 담론으로 떠들썩하다.

올 베니스 영화제에 성을 소재로 한 영화가 유난히 많이 출품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막작품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부터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까지 스크린에는 성이 넘실댔다.

영화 마니아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EBS "시네마 천국"에서는 90년대말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성에 관한 영화의 최신 경향과 그 안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짚어본다.

EBS는 29일 오후 10시 "진실 혹은 대담, 성에 관한 몇가지 영화들"을
방영한다.

첫 주제는 이른바 "화장실 유머"류 영화.

화장실에서나 이야기할 만한 잡담수준의 유치한 성적농담을 다룬 영화들을
살펴본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사이 박스 오피스권을 넘나들었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오스틴 파워" "아메리칸 파이" "빅대디"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화장실 유머류의 영화뒤에 집단적 피학주의와 도를 넘어선 냉소주의가
깔려있음을 살펴본다.

두번째 주제는 "퀴어 시네마(Queer Cinema)"를 택했다.

한마디로 동성애 영화다.

퀴어 시네마는 이전의 동성애자 인권영화운동에 대한 반성속에 등장했다.

"체이싱 아미" "육체의 학교" "벨벳 골드마인" 등을 통해 퀴어 시네마가
다른 성애를 가진 사회적 타자들의 감수성에서 출발한 새로운 미학을
선보이고 있는 점을 알아본다.

세번째 주제는 장선우 감독의 화제작 "거짓말".

대중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상품인 동시에 전근대와 근대성의 혼돈을
그려낸 텍스트로서의 의미를 읽어본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