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은행들의 영업수익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대출금리 하락과 외환시장 자유화,대우사태 등의 여파로 한국내 영업여건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외국은행들중 상당수가 2,3년내에 한국에서 철수하는게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은행들중 상당수가 올 하반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체이스맨해튼은행 도이치은행 보스톤은행 파리바은행 등 대부분 외국은행들
은 지난해까지 한국시장에서 높은 금리를 받아 상당한 이익을 남겼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출금리가 연 8~9%대로 하락,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스톤은행 김재유 한국지점장은 "원화대출의 경우 연 5-6%의 외화조달
금리에다 환율변동위험 회피비용 1-2%까지 합하면 실제조달비용은 7-8%다"며
"연 8-9%의 이자를 받아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화대출도 마찬가지다.

IMF직후 리보(런던은행간 금리)+10%까지 솟았던 금리가 리보+1%로 뚝
떨어졌다.

외국은행들은 특히 지난 7월 대우사태가 발생한 이후 해외 본점으로부터
한국내 영업을 축소하거나 신규영업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호주계 은행관계자는 "대우사태가 터진 이후 한국기업에 대한 영업이 위축
됐다"며 "서울지점이 갖고 있던 대출주도권이 이미 본사로 넘어갔다"며고
말했다.

내년부터 외국은행의 대출한도를 한국지점에 투입한 자본금을 기준으로
정하기로 한 것도 대출위축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월 외환시장자유화와 선물거래소 개설도 외국은행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은행들은 해외본점과 한국지점을 통해 한국기업에 선물환이나 파생금융
상품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외환자유화로 국내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외국은행들의 외환분야 수익도 급격히 감소했다.

외환담당자들은 외국은행의 선물환이나 파생금융상품 거래규모가 지난해
보다 60~70%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국은행 지점장은 "예대마진 축소와 외환분야 수익감소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70%정도 줄었다"며 "영업실적에 따라 받는 보너스를 올해는 거의
받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일부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외국은행들중 상당수가 수익악화로 앞으로 2,3년내에 한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윤대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외국은행들이 예전처럼 손쉽게 돈을 벌기는
불가능해졌다"며 "소매금융 등으로 한국내 영업을 크게 확대하거나 아니면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