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죄지은 사랑에 대하여
그대 만나고 돌아오는 길
둥근 달이 내 뒤를 따라왔어요
죄짓고 고개 숙여 걷는 내 곁을
손잡고 함께 걷지 따라왔어요

김명수(1945~) 시집 ''하급반 교과서''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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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은 세속적으로 볼 때, 말하자면 죄가 되는 사랑.

그래서 "그대"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겠지.

이제 세상에는 아무도 없구나, 고독감 절망감에 사로잡혀 고개 숙여 걷고
있는데 커다란 보름달이 따라온다.

"네 마음 다 알아, 우리 함께 걷지"라고 말하면서.

어딘가 귀에 익은 가락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주 단순한 내용과 동요적
인 발상 탓.

하지만 이처럼 동요같은 시가 좋은 시가 된 예는 윤동주나 정지용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