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만에 연 8%대로 낮아진 회사채금리는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정부 채권시장안정기금, 시장관계자들 모두 추가하락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우선 채권시장의 최대매입기관인 채권시장안정기금의 매수여력이 충분하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은 20조원의 자금을 조성키로 했으며 20일 현재까지
모두 9조7천억원 어치의 채권을 사들였다.

남은 자금이 10조3천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27일부터 9조7천억원의 자금으로 회사채 수익률을 1.5%포인트나
낮추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남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금리를 떨어뜨릴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자체에서도 매수세력이 나타난 점도 금리 추가하락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농협 국민은행 한미은행 등 은행권이 채권시장안정기금 활동을 기점으로
채권매입에 나서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대형은행들의 경우 예금증가로 채권을 사들일 자금이
아직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금리 하향안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힌 점도 호재다.

엄낙용 재정경제부 차관은 20일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채권을 무제한 매입
토록 할 방침"이라고 재천명했다.

문제는 금리하락의 폭과 속도다.

백경호 채권시장안정기금 운용부장은 이에대해 "금리의 하향안정화가 원칙
이나 하락폭과 속도를 미리 정해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백 부장은 그러나 "시장분위기가 한달전에 비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회사채 수익률이 연 8%대, 국고채는 연 7%대 이하로 내려 갈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시장참가자들은 금리하락 가능성엔 동의하면서도 연 8%대 이하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6~7%, 물가상승률 2~3%를 그대로 적용한다
해도 최저금리는 연 8%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도 "투신권에 2백40조원이 몰려 채권매입여력이 가장
컸을때 회사채 수익률이 연 8%대였다"며 "현재의 상황이 이보다 악화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 8~9%대에서 장기금리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다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견해에 동의했다.

이에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19일 한화증권에 열린 채권세미나
에서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높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기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를 예외로 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지난 97년과
비교해 사실상 제로 수준"이며 "내년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도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정금리가 다소 낮은 수준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