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핵심역량을 갖추지 못한 대기업이 업종전문화 전략을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재벌의 다각화와 경제력 집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도 법정관리 등으로 부실계열로 분류된 기업집단들은 사업의
다각화 정도가 낮고 다각화도 관련이 높은 업종들에 국한돼 있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85년부터 97년까지 공기업과 금융부문을 제외한 72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부실계열(14개)과 워크아웃대상 계열(9개)은
다각화정도를 나타내는 지수가 각각 0.622와 0.706을 기록,전체
평균(0.737)에 못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실계열의 관련다각화율은 평균 33.2%로 전체 평균(21.5%)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연구위원은 부실계열들의 경영실패에 대해 "짧은
기간에 무리하게 다각화를 추진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면서도 "5대그룹에
비해 낮은 다각화 수준과 핵심업종 위주의 단순 다각화 전략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 황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대기업의 다각화가 시장을 독과점화
한다는 일반적인 주장과는 달리 시장의 경쟁구조를 해치지도,경제력을
집중시키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의 다각화를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경쟁을 저해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민하 기자 hahaha@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