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핵심적 변화는 정보가 양적,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주축으로 소비자가 미처 몰랐던 정보가 쉽게 유통된다.

예전엔 기업 정부 연구소 등을 빼고나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정보 검색과 전달이 쉬워진 덕분에 소비자는 점점 똑똑해지게 된다.

이 제품의 원가는 얼마나 되는지, 정말 기능이 탁월한 것인지 등을 따질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정보가 많아진다는 것은 기업에 유리한 점도 많다.

한편 엄청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소비자는 온갖 정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잘 공부한 후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더 이상 소비자가 모르려니 하고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다가는 큰코 다친다.

나아가 소비자는 자신이 알게 된 것을 또 하나의 정보로 가공해 다른
소비자에게 대량으로 전한다.

물론 소비자는 기업보다 소비자가 제공한 정보를 더 믿는다.

같은 편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기업만 수확체증의 법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정보에서도 체증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기업은 오히려 소비자를 똑똑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편이
낫다.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어떤 구조를 갖추고 소비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주므로 소비자에게 어떠한 혜택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리는 것이다.

약점이라고 판단해 소비자에게 숨기고자 할 경우 아예 소비자의 선택 후보에
끼지도 못하리라.

경쟁제품이 수두룩한데 강점과 약점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않는 제품을 선택할
소비자는 드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맞춤 PC로 세계 PC시장을 장악한 델 컴퓨터를 보면 그 복잡한
컴퓨터의 핵심부품과 각 부품의 기능에 대해 고객에게 잘 알렸기 때문에
선택받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무수히 많은 소비자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을 주지 않고 그저 덮어
버리려하고 사건이 터지면 쉬쉬하는 국내기업은 아직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알리고 정당하게 경쟁하는 기업만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것이다.

< cho3510@samsu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