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인 철로는 더욱이 싸늘하였다
소반 귀퉁이 옆에 앉은 농군에게서는
송아지의 냄새가 난다
힘없이 웃으면서 차만 타면 북으로 간다고
어린애는 운다 질마구리 울 듯
차창이 고향을 지워버린다
어린애가 유리창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친다

오장환(1918~?) 시집 ''헌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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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대 농토를 일제에 빼앗기고 만주로 쫓겨가던 농민들의 모습을 강한
터치로 그렸다.

질마구리는 청개구리, 그 때 "유리창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치던 "어린애"는
지금 옌볜 등지에서 남쪽 조국의 하늘을 바라보며 이국살이의 설움을 달래고
있다.

"힘없이 웃으면서 차만 타면 북으로 간다고" 같은 구절은 범상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못난 조상에 대한 미움과 원수에 대한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