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장미빛이다.

전망대로 이뤄지면 한국은 IMF 구제금융국이라는 오명을 떨치고 본격적인
안정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경제가 선순환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회복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변수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대우그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투신사 구조조정도 잠복해 있다.

한은도 시인하듯이 내년중에는 물가불안이 현실화될 공산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통계에 도취돼 낙관론을 펴기보다 착실히 성장을 다지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 8.8% 성장전망의 의미 =한은은 올해 네번에 걸쳐 경제전망을 수정했다.

연초 3.2%로 전망한데 이어 4월에는 3.8%, 7월에는 6.8%로 높여왔다.

실물경제 통계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이처럼 자주, 큰 폭으로 전망치를
수정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한은은 "경제활동이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성장률이 또 대폭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올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회복세가 없는건 아니지만
통계적 반등요인과 재고투자 효과가 숫자를 부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올해 8.8% 성장하더라도 위기 이전인 97년과 비교하면 2.5% 성장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작년과 올해 연간 1.2~1.3% 정도 성장하는데 불과하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이제 겨우 기력을 찾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 악재도 만만치 않다 =내년도 경제의 복병으로는 대우구조조정, 금융시장
불안, 인플레우려 등이 거론된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내년도 경제전망 6.4%는 대우구조조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는걸 전제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내년중 성장률을 전망한 것이다.

그러나 대우사태 및 금융불안은 해외투자가들이 우려하듯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자칫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금융불안이 실물의 발목을 잡는 불행한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인플레도 예사롭지 않은 사안이다.

한은이 7일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혔듯이 수요(소비)와 공급(임금상승 유가
급등)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 뿐만 아니라 대규모 국채발행, 중국의
위안화절하 가능성등도 물가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한은이 내놓은 내년도 소비자물가 전망치 3.8%가 90년대 평균물가(4~
5%)와 비교하면 높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통화팽창 등을 감안할 때 인플레는 코앞에 다가와 있다는게 전문가들
의 중론이다.

홍기섭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한 재정지출 등으로 돈이
너무 풀렸다"며 "내년에는 긴축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