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을 포함, 한국에 7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여하고 있는
국제금융공사(IFC)가 대우문제 처리에 대한 정부의 접근방식에 대해 언론을
통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IFC는 관행상 일국의 정부정책에 대한 대외적인 의사표시를 극히
자제해 왔다.

다음은 자베드 하미드 IFC 아/태지역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대우사태에 대한 IFC의 입장은 무엇인가.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한국정부의 신중한 접근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정부가 채권단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은행자금의 만기연장여부 문제나 대우가 발행한 채권의 인수 여부 문제
등은 은행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일괄적으로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만약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 채권단의 개별의사와 상관없는 선택을 강요
하는 것은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이론적 틀인 시장경제이념을
스스로 깨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이는 금융개혁의 의지와 방향, 그리고 결과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손상시킬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특히 수익증권문제와 관련, 은행들이 수익증권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면
또다른 은행부실로 이어져 그동안 추진되어온 은행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

단기적 문제해결을 위해 장기적 구도를 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경제가 정말 회복되고 있다고 보는가.

"성장률 경상수지 이자율 외환보유고 등 거시경제지표는 매우 견실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시적으로 파고 들면 아직도 답보상태에 있는 것이 많이 있다.

투명성제고를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기준을 정착시키는 문제는
일부회사를 제외하고는 아직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보공유 확대, 소액주주 권익보호, 이사회의 의사결정구조 등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또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IFC가 관여하고 있는 은행이나 기업들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무림 대창 일진 하림 등 IFC가 관여하고 있는 은행과
기업들은 IFC가 참여조건으로 제시한 사항들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IFC가 한국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달라.

"외환위기 이후 18개 프로젝트에 약 7억달러를 투여했다.

국민생명과 뉴욕라이프의 협상진전에 따라 1억달러에서 2억달러 규모의
자금공여를 계획하고 있으며 주택저당채권 시장에 1억달러를 할당했다.

뮤추얼펀드 매니지먼트 시장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평가기관
의 필요성에 입각, IFC가 주도하는 평가기관의 설립을 추진해 한국시장의
투명성제고에도 힘쓸 것이다"

-은행에 투자하고 있는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하나은행에 자본금으로 6천만달러, 그리고 차관의 형태로 8천5백만달러를
투자했다.

국민은행에도 투자하고 있다"

-IFC의 한국시장에서의 투자수익률은 얼마나 되는가.

"한국경제의 회복으로 적지 않은 수익이 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이익실현
이 안된 서류상의 수익에 불과하다"

-이익실현은 언제쯤 하나.

"사안에 따라 만기구조가 크게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의 위기가 해소됐다는 판단이 서면 만기구조와 상관없이 자금을 회수,
다른 지역에 투자한다는 것이 개발금융기관으로서의 IFC가 취하고 있는
기본방침이다.

그러나 IFC의 자금회수가 한국시장에 불안요인이 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하는 시기에 회수가 결정돼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 양봉진 워싱턴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