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7일 발표한 "납세자권익보호를 위한 법령해석 개선내용"은 그동안
납세자들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온 것들에 대한 개선책이다.

국세청은 법의 취지나 상식으로 볼 때 불합리하다고 지적됐던 예규들 중
우선 6가지를 바꿨다.

이번에 변경된 법령해석을 자세히 알아본다.

<> 아파트분양권을 상속받은 경우에도 1세대1주택 비과세혜택 가능

현행 세법에서는 1세대1주택인 사람이 1세대1주택인 사람으로부터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그 주택에 대해서는 1세대1주택자로서 비과세 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다.

세무당국은 그러나 주택이 아니라 분양권을 상속받은 경우엔 비과세혜택을
주지 않았다.

분양권은 주택이 아니라 "무형의 권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제는 분양권을 "권리"가 아니라 "주택"으로 간주한다.

상속받은 분양권에 대해서도 실물주택과 마찬가지로 1세대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한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1세대1주택인 아들이 1세대1주택이었던 아버지로부터 분양권을
상속받은 경우 이 분양권은 언제 팔더라도 양도소득세를 안 내도 되게 됐다.

다만 상속받은 것이 실물주택인 경우 언제 팔건 상관없이 비과세가 되지만
분양권인 경우엔 원래 갖고 있던 주택을 팔고 난 뒤에 팔아야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상속받은 주택을 헐고 새주택을 지어도 비과세

1세대1주택인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주택을 상속받았다.

그런데 이 집이 너무 낡아 아들은 집을 부수고 그 자리에 새 집을 지었다.

이 경우 지금까지는 1세대1주택 비과세혜택을 박탈했다.

새로 지은 주택은 상속받은 주택과 다르다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앞으론 상속받은 주택이 너무 낡아 불가피하게 신축했으면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그대로 인정해준다.

<> 부도가 난 지 6개월 이상 지난 어음.수표는 대손처리 가능

지금까진 어음이 부도가 났어도 발행인이나 배서인 등에게 소구권(변상청구
권리)을 행사할 수 있으면 세무상 대손처리가 불가능했다.

앞으로는 어음이나 수표가 소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도 부도가 발생한
지 6개월이 넘으면 대손처리할 수 있게 된다.

단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둔 경우는 예외다.

기업은 대손처리한 어음이나 수표를 나중에 회수하면 그 사업연도에 익금
으로 넣으면 된다.

예를들어 법인 A는 98년 10월에 10억원짜리 어음을 받았는데 99년 2월에
부도가 났다.

어음발행인과 배서인의 재산을 조사해보니 소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A는 발행인과 배서인에 대해 소구권을 행사해 2000년 4월 6억원을 되찾았다.

나머지 4억원은 회수할 길이 없었다.

A는 지금까지는 99회계연도엔 한 푼도 대손처리를 할 수 없었다.

소구권을 행사한 2000회계연도에 가서야 회수하지 못한 4억원에 대해 대손
처리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99회계연도에 10억원 전부를 대손처리하고 2000회계연도에는
회수한 6억원을 익금으로 산입하면 된다.

<> "꺾기예금"도 사업용자산으로 인정

사업자가 금융기관에 낸 대출이자는 원칙적으로 필요경비로 인정된다.

그러나 부채 합계액이 사업용자산 합계액보다 많으면 초과분에 대한 이자는
필요경비로 인정받지 못한다.

따라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용자산이 적으면 적을수록 지급한 이자 중
필요경비로 인정받지 못하는 금액이 늘어난다.

그만큼 불리하다.

세무당국은 장기성 예.적금에 대해서는 사업용자산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꺾기예금"이 문제가 됐다.

사업자 입장에선 대출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예금을 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사업과 관련된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 국세청은 앞으로 꺾기예금에 대해서도 사업용자산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 입주자대표회의는 법인으로 인정받아 최고 6백만원을 절세할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 취급받았다.

국세청은 앞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세무서에 신청하면 세무처리시 법인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법인으로 인정받은 입주자대표회의는 연간 이자소득이 1억원 이하일 경우
세금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최고 6백만원을 덜 낼 수 있다.

이자소득세 22% 대신 법인세 16%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년간 이자소득이 1억원이고 다른 소득이 없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실례로
살펴보자.

A는 금융기관에서 이자를 받을 때 22%인 2천2백만원을 세금으로 떼이게
된다.

A가 개인으로 취급받으면 이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법인으로 취급될 경우 다음해 법인세 신고 때 합산과세(여러 소득을
합산해 신고.납부하는 것)를 선택하면 16%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세금은 1천6백만원으로 계산되고 따라서 이미 징수된 2천2백만원과의 차액인
6백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 재건축조합의 토지취득시기 변경

재건축조합은 보통 조합원들에게 아파트를 나눠준 뒤 나머지 아파트 및
상가를 일반인에게 분양한다.

이 때 조합은 분양가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물게
된다.

필요경비 중 대표적인 것이 토지취득가액이다.

토지취득가액이 높으면 높을수록 세금은 적게 나온다.

토지취득가액을 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취득시기.

지금까지는 재건축조합의 토지취득시기를 "조합원들이 원래 갖고 있던
아파트를 취득한 때"로 봤지만 앞으로는 "조합원이 살고있던 아파트를 조합에
현물출자한 때"로 바꿨다.

이에따라 조합의 토지취득가액이 높아지게 됐다.

세금부담이 높아진 금액에 비례해 줄어들게 됐다.

예를들어 조합원이 1천만원에 취득한 아파트를 재건축조합에 2천만원에
현물출자했고 재건축조합은 이 지역에 아파트를 다시 지어 5천만원에
일반인에게 분양했다고 하자.

조합의 과세대상 소득은 지금까지는 분양가 5천만원에서 조합원의 아파트
취득가액 1천만원을 뺀 4천만원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분양가 5천만원에서 현물출자 금액 2천만원을 뺀 3천만원
으로 계산돼 과세대상 소득이 줄어든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