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최대 20조원규모로 조성키로 한 채권시장
안정기금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있다.

특수은행인 농.수.축협은 법률에 의해 출자가 제한돼 있어 이들에게
할당된 3조3천6백억원이 구멍날 판이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채권시장안정기금 20조원중 18조원은 은행, 2조원은
보험에 각각 할당했다.

오는 27일부터 채권을 사는대로 각 은행들이 매입액만큼 출자액을 내도록
했다.

그러나 농.수.축협은 법률상 제약으로 기금을 출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금감원에 전해왔다.

농협은 농협법에 금융부문 출자한도를 자기자본의 20%로 제한,
출자가능한 금액은 4천억원에 불과하며 그나마 조합원총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수협과 축협도 자기자본 범위내에서만 출자가 가능해 기존 출자금을
제외하면 출자여력이 각각 3백60억원, 1천6백억원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할당된 출자액은 농협 1조6천5백억원, 수협 8천억원, 축협 9천
1백억원 등 3조3천6백억원에 이른다.

수협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출자액을 배분하면서 출자제한 규정을 미리
살펴보지 않은 것같다"고 말했다.

지방은행들은 한 은행당 2천억원안팎(5개 은행 1조8백억원)을 내야 하지만
유동성부족으로 부심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해외DR(주식예탁증서)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도 기금출자로 한 입에 털어넣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민 주택 외환 한미 등 합작은행들은 기금조성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외국인주주의 반발을 걱정하고 있다.

관계자는 "대형은행이라도 1조원이상 선뜻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이사회는 그럭저럭 통과시키더라도 기금 운영성과가 부진하면 외국인들이
아우성칠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안정기금은 은행연합회관에서 조합창립총회를 갖고
기금이사장에 김정태 주택은행장을, 사무국장에 장성부 은행연합회 상무를
각각 선임했다.

이 조합에는 41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총출자금액은 20조원이다.

오형규 기자 ohk@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