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예술의전당 오페라 페스티벌이 신인 성악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공개 오디션을 실시해 인맥과 학맥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출연진을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을 통해 발굴된 스타는 테너 김재형, 소프라노 김유섬 김수연
박미자, 바리톤 김동섭 등이 대표적이다.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가을 오페라 페스티벌에서는 어떤 신인이 스타로
탄생될까.

숨은 진주를 찾는 기쁨도 오페라 관람 못지않게 흥미로울 것 같다.

이번 페스티벌의 예비스타는 4명 정도로 압축된다.

오디션에서 최고점을 받은 "파우스트"의 이중운, "라보엠"의 미미 역을 맡는
조경화 김수정, 뮤제타로 나올 이종숙 등이다.

김수정과 조경화는 미국과 이탈리아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어 신인이라기
보다는 "신예"란 표현이 어울린다.

베를리오즈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역을 맡을 이중운(30)은 현재
서울음대 조교로 일하고 있다.

"코지 판 투테"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에서 주역을 맡기는 했지만 아직
공부하는 학생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신인이다.

연출자인 문호근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그의 숨겨져
있던 열정과 가창력을 확인했다"며 "밝고 깨끗한 음색으로 열정적인 파우스트
를 연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정(32)은 지난 97년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 "리골레토"에서 질다역을
맡아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95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서 우승한 소프라노라는 "경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시 리골레토에서 보여준 열창은 관객들을 황홀경으로
빠뜨렸다.

이번 페스티벌은 두번째 국내 무대.

섬세한 표현력과 아름다운 자태, 가볍고 낭낭한 소리의 미미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은 서울대와 줄리어드음대 대학원를 졸업하고 96년 푸치니 음악상을
받았다.

그뒤 볼티모어오페라, 산타바바라 그랜드오페라 등에서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루치아"에 출연했다.

미미에 더블캐스팅된 조경화(33)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주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따뜻하고 정열적이며 풍만한 성량이 필요한 미미역에 꼭 들어맞는 소리를
갖춘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찾기 힘든 미미라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스페인 빌바오에서 미미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이 국내 데뷔무대.

조경화는 연세대 음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오지모 아카데미와 토리노 국립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이탈리아 파르마 콩쿠르 입상, 바르셀로나 프란체스코 비냐스 콩쿠르 1위,
빌바오 콩쿠르 1위를 차지했다.

이종숙은 한양대 음대를 졸업하고 92년 이탈리아로 유학, 로마에서 오페라
"마적" "리골레토" "라보엠" 등에 출연했다.

현재 아카데미 아이다에 재학중이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