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에는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깊이있는 성찰을 담은 시 74편이
실려있다.
류씨는 자연과 사물에서 자화상을 발견하고 우주와 자아의 합일을 거쳐
영원한 생명의 세계로 발을 뻗는다.
"내 가슴에 숨어/자라 오던 한 그루 박달나무"에게 "우뭇가사리 곱게 끓여/
붉은 비단 풀 먹여 놓고/문풍지 장단에/너도 한번 나도 한번/방망이 바꿔가며
/추석 다듬이나/하여보자"("박달나무")고 청한다.
그는 인생의 황혼이 깃든 그림자 속에 박달나무와 자신을 겹쳐놓고 지난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달빛도 그에게는 살가운 사람이다.
손이 시릴까봐 입김을 쐬어주고는 "새벽비에 웃자란 장다리처럼 그런 엄살을
해요"라고 속삭인다.
시집을 넘기다보면 부모님 이야기와 시집살이, 고향 우물의 연분홍빛 사연,
함께 늙어가는 부부의 일상들이 정겹게 묻어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