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싯가평가제도가 앞당겨 실시될 경우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추가형 공사채형에 자금유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환매가 늘어날
경우 투신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팔아 환매자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

싯가평가가 적용되는 공사채형으로는 자금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채수익률이 지난 6월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아져 있어 채권을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게 돼 있다.

게다가 채권을 사줄만한 곳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자금여유가 있는 은행이나 연기금등은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서둘러 채권을 사려고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8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완대책이 효과가 있더라도 기존투신사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이 기존 투신사에서 이탈,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유채권을 내다파는데 따라 실현손실도 커지고 그런 과정에서 일부
투신(운용)사가 유동성위기에 몰리게 되고 투신(운용)의 구조조정을 불가피
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대한 현대투신 등은 추가형 공사채형의 추가판매를 금지시키겠다는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위원장의 말이 전해지자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채권의 싯가평가가 이뤄질 경우 고객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선 기존 공사채형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환매를 늦추면 늦출수록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많다.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할 때마다 투신(운용)사들은 펀드에 들어 있는 A급
우량채권을 팔아 환매자금을 마련할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펀드에 남아있는 채권은 상대적으로 불량한 채권이
많게 되고 잔존고객들은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또 신규펀드에 가입할 경우엔 모든 펀드가 싯가평가가 되기 때문에 주식형
수익증권처럼 원본마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과거처럼 일정기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확정된 이자가 지급되던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