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생산과 유통시장에 대기업들의 진출이 눈에 띠게 활발해지면서
대기업과 기존 중소기업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대한약사회 등 제약업관련 3단체는
대기업들에 대해 복사의약품 생산과 의약품 도소매업 진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3단체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제약산업에 진출한 14개 대기업은
복제의약품 생산을 즉각 증단하고 막대한 자금력과 인력을 가진 대기업답게
신약개발에 전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제약업관련 단체가 대기업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력한 성명을 낸
것은 최근들어 대기업의 질출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제일제당은 약국체인망 사업에, SK는 인터넷을 이용한 의약품거래
알선, SK상사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의약품도매업 진출 등을 선언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대기업계열의 제약사가 생산하는 의약품의 61%는
기존 제약업체가 생산해온 기초 필수의약품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며
"대기업 계열회사들이 같은 계열의 기업에 의약품을 납품해온 전례로 미뤄
앞으로도 대기업 계열간의 거래엔 중소기업이 끼어들 소지가 없어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도매협회와 약사회는 "대기업이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펼 경우 그렇지 않아도 혼탁한 의약품 유통시장에선 심각한 출혈경쟁
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통질서가 더 혼란해져 무더기 도산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대기업들은 외국 거대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만 들어오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박했다.

상거래질서를 선진화하고 정보화를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건전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외국 거대업체의 국내진출에 대비해서도 대기업의 참여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의약분업으로 약국의 대형화 전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생필품과 의약품을 같이 판매하는 신개념의 드럭스토어 내에
임대약국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비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약사의 수익도 증대시켜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제약협회와 대기업과의 마찰은 의약분업 의약품 유통개혁의 변혁기
를 맞아 더욱 큰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