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목포~광양 고속도로 등 일부 국책사업을 둘러싼 "선심성 시비"
보도가 나간 직후 전화가 빗발쳤다.

그중 "왜 목포~광양 고속도로를 물고 늘어지느냐"고 푸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예산집행을 투명하게 봐야 한다는 격려가 대부분이었다.

정부는 연간 40조원을 투자해 도로 항만등 공공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
을 벌인다.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하는 규모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투자사업의 경우 "각 부처의 사업제안-타당성조사
-설계-발주-시행" 과정을 거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지금껏 각 부처 주관아래 사업당 3억~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실시해온
타당성조사는 "경제성 없는 사업에 세례를 주는 통과의례"로 변질돼 왔다.

실제로 지난 94년이후 지금껏 33개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가
실시됐지만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된 사업은 울릉공항 1건뿐이었다.

사업 주관부처가 숙원사업의 타당성 조사기관을 선정하고 예산을 직접 집행
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정부는 이같은 병폐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총공사비가 5백억원을 넘는
사업의 경우 타당성 조사 이전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무화했다.

국책사업이 정치적인 판단이나 부처의 편의에 따라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것을 막고 경제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판단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의 취지는 빛을 바래고 말았다.

목포~광양 고속도로의 경제성(편익/비용)비율은 0.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현격히 떨어지는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절차를 버젓히
통과했다.

이 사업을 위해 내년에 40억원의 설계비가 세금으로 지원되는데 이어
앞으로 8~10년간 모두 2조원의 공사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마다 타당성을 재는 잣대가 달라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도는 만드는 것보다 운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덕목이다.

지난해 IMF(국제통화기금) 여파로 많은 공무원들이 퇴출됐다.

공무원 5만명을 잘라야 예산 2조원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국책사업 하나가 잘못 시작되면 몇조원의 세금을 날리기 십상이다.

국책사업에 정치적인 입김을 봉쇄할 수 있도록 개선해 예비타당성의 본래
취지를 살려나가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유병연 경제부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