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점장들 사이에 개성화 바람이 불고 있다.

종전의 획일화된 영업관행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고객들을
사로잡는 지점장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차장이나 과장급들도 지점장으로 발탁되는 분위기여서 새로운 감각을
선보이는 지점장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8월 지점장이 된 한빛은행 대우센터 유성근(45) 개인고객지점장은
부임하자마자 본인의 캐릭터 12종류를 만들었다.

전문디자인업체에 의뢰해 캐릭터를 만드는데 80만원이나 들었지만 지점장
으로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캐릭터를 명함이나 안내전단등에 활용했다.

한복을 입은 모습, 손을 턱에 괴고 고민하는 모습 등을 만들었다.

고객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지점장이 젊은 느낌이 든다며 직접 찾아오는 고객도 꽤 된다.

친숙해진 어떤 고객은 수억원을 예금하기도 했다.

유 지점장은 "풋내기 지점장이지만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석우(41) 신한은행 테헤란로지점장은 지점내에 음악감상실을 만들어
호평을 얻고 있다.

그는 감상실내에 3백만원짜리 앰프를 설치하고 CD 1백장도 비치했다.

이 지점장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고객층이 두텁다"며 "이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에 관심있는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해 오디오와 앰프를 설치
하거나 배치를 조정해 주기도 한다.

덕분에 최근에는 한꺼번에 50억원의 예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정근(50) 제일은행 신림동지점장의 튀는 아이디어는 신림동 주민들에게
화제다.

그는 지점내에 나무울타리로 둘러싸인 "고객의 방"을 꾸민후 여기에
골프퍼팅장을 마련했다.

요즘 40~50대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퍼팅참가자들에게 티슈를 선물하고 5번 시도중 4번 성공하면 각종
상품도 푸짐하게 주고 있다.

이 지점장은 "고객과의 접점이 확실이 생기는 것 같다"며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이 노인고객에게 1주일에 2번씩 생수를 배달해 주는 물배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고객 자녀들의 결혼문제를 풀어주겠다고 나선 지점장도 있다.

김희철 하나은행 서압구정지점장은 지난 8월부터 고객들을 대상으로 "웨딩
뱅크서비스"를 시작했다.

자녀들의 결혼문제로 고민하는 고객들이 의외로 많자 신상명세를 받아
배우자감을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다른 지점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컴퓨터로 성격을 진단하고 궁합을 보는 작업도 할
방침이다.

"집안얘기를 자연스럽게 하다보면 어느새 한가족이 된 듯한 느낌을 갖는다"
고 김 지점장은 털어놓는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