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업계 분석가들의 최대 화두는 "펀드멘털"과 "금융불안"이다.

펀더멘털은 기업실적개선으로 요약되는 경기상승을, 금융불안은 대우사태로
야기된 투자신탁회사 구조조정 문제와 그에따른 자금시장 수급불균형을
가리킨다.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주가전망은 달라진다.

요 며칠새 주가가 오르자 "호전된 펀더멘털이 악화된 수급을 누르고 있다"는
낙관론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한가지 가정을 깔고 있다.

투신 구조조정은 악재로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이미 해결수순을 밟고 있다고 믿고
있다.

주식시장도 이를 반영하듯 한때 860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950선을 회복했다.

증시지표로 볼때 대우사태로 빚어진 금융불안은 안정감을 찾았다고 할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부가 시장의 기대대로 움직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의 믿음이
헛물을 켤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금감위는 최근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증권.투신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신사 지원대책회의를 가진 적이 있다.

은행이 투신사 보유 A등급이상의 회사채와 국채를 무제한 매입키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수익증권 환매로 유동성이 부족한 투신사를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불행히도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채권시장
참가자들을 실망시켰다.

은행은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과 대우사태등로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할 형편이다.

"2차 구조조정"이 임박해 있다.

회사채는 BIS비율을 산정할 때 위험자산 가중치가 높다.

무보증 또는 보증보험인 경우 1백%, 은행보증은 20%가 적용된다.

현재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60조원규모의 A급 회사채 대부분은 무보증
내지 보증보험이다.

은행은 회사채를 사면 살수록 BIS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투신사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대우워크아웃에 따른 손실등으로 내년초
대대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예상되고 있는 마당에 은행이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채를 사주기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알고도 "대외용"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면 이는 분명
시장을 무시하는 기만행위임에 틀림없다.

시장의 믿음을 저버릴 경우 이전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다는
점을 감독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 장진모 증권부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