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을 잘 해보고 싶었는데... 구조조정이라는 거대한 홍수에 밀려
어떻게 해볼수가 없었습니다"

신복영(64) 서울은행장.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서울은행 인수가 완전히 무산된 이후 그는 퇴임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서울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거액을 들여 외국인 은행장을 영입키로
했기 때문.

이미 모건스탠리에 사람을 구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금융계는 신 행장의 처지를 "안타까운" 눈으로 본다.

97년8월8일 취임한 그는 2년여동안 과거부실을 뒤치다꺼리하느라 은행장
으로서 제대로 "폼" 한번 잡지 못했다.

위기의 은행을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뜻대로만 되지
않는게 현실이었다.

그는 금융계에서 강직하고 입바른 은행장으로 통한다.

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강경식 부총리 주재 은행장회의에서 "종금사
대책을 마련하라"며 은행장으로선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작년초 동아건설 협조융자 때는 채권은행장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부도처리하겠다"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은행을 정상화하지 못한게 그에겐 큰 짐으로 남아 있다.

"은행부실이 어떻게 발생되었건간에 공적자금을 두번이나 받게돼 주주와
국민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그는 금융결제원장에서 서울은행으로 옮겨올 당시 은행 재건의지를 다짐
하기 위해 서울은행 주식 1만주(3천3백만원)를 사기도 했다.

혼자 스톡옵션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 팔았을 땐 1백70만원밖에 건지지 못했다.

감자(자본금 감축)로 주식 수가 형편없이 줄어든데다 주가도 떨어진 탓이다.

주식가치가 오그라든 만큼이나 서울은행의 영업기반도 위축돼 있다는게
사실이다.

그는 서울은행이 우량자산을 조기에 구축하고 부실채권이 추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만 조기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2~3년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그는 봤다.

서울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의 추가구조조정과 관련, 그는 "금융시스템이
안정된 후에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