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1백엔당 1천1백원선에 육박한 것은 일단 한국경제
에 청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엔고가 진행됐던 지난 94~95년 대일 경합
품목의 수출증가율은 30%에 달했다.

반면 엔저현상이 지속됐던 96~97년에는 3.3%로 급격히 둔화됐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 절하추세가 앞으로 얼마동안
이어질 것인가 하는게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전문가들은 원화가치가 적어도 연말까지 1백엔당 1천50원과 1천1백원 사이
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 전망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을 엔.달러
환율로 나눈뒤 1백을 곱해 산출한다.

따라서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치가 어떻게 달라지고, 또 엔화가치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원.엔 환율도 달라진다.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엔화가 오르게 되면 원.엔 환율도
오른다.

전문가들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당분간 상승세로 돌아서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이성희 지배인은 "금융기관들이 내달중 단기외채를
갚아야 하고 연말에는 대우채권에 대해 외화충당금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달러화 수요가 적지 않다"며 "1천2백20원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은행 문성진 딜러는 "재벌 구조조정으로 인해 원화가치가 1천2백80원
까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반면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물론 "엔화강세같은 일부 신호에 대해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워즈워드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담당 회장)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현재 달러당 1백8~1백9엔 수준인 엔화가치가 연말께 1백5엔으로
상승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씨티은행 최정혁 차장은 "해외 딜러들과 접촉해본 결과 엔화강세가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이광상 책임연구원은 "경기사이클상 미국경제는 둔화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회복되고 있어 일본중앙은행(BOJ)의 과도한 개입이 없는한
1백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원화가치가 엔화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한국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준다.

따라서 일본과 수출경합관계에 있는 반도체 승용차 선박 컴퓨터 주변기기
등의 업체는 반사이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고는 일본제품의 단가를 높여 일본으로부터의 수입금액도 늘게할 소지가
있지만 수출경쟁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
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엔화가 달러화에 비해 10% 절상될 경우 한국경제가 연간 0.16%
더 성장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경상수지는 9억8천만달러의 플러스효과를 얻는 것으로 관측했다.

1백엔당 1천1백원 수준의 환율은 외국인들의 자산포트폴리오 구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원.엔 환율 상승은 원화자산의 가치를 일본 자산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여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원.엔 환율의 상승이 아직 기대치에는 미달한다는 지적도 있다.

1백엔당 1천2백원이 돼야 수출경쟁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게 수출업계의
분석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