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워크아웃을 계기로 국내 회계법인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워크아웃대상 기업에 대한 자산실사에서 숨겨진 부실이 드러날 경우
채권단은 해당 회계법인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실사
결과에 따른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5일 대우그룹 채권단에 따르면 대우계열사의 자산실사를 담당할 회계법인
으로 삼일 안진 안건 영화회계법인 등 4개사가 선정됐다.

국내 5대 회계법인중 하나인 산동회계법인은 그동안 대우그룹 주력계열사
의 외부감사기관이었던 탓에 실사회계법인 선정에서 배제됐다.

이번 자산실사를 앞두고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산동.

이 회계법인은 그동안 (주)대우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판매
다이너스클럽코리아 쌍용자동차 등의 외부감사기관이었다.

대우그룹 주력계열사 대부분의 회계를 감사했던 곳인 만큼 이번 실사에서
혹시나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이 나오지 않을까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산동회계법인 관계자는 "대우그룹이 위험성이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 아니냐"며 "그만큼 철저히 감사를 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동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회계법인들도 그동안 1-2개 정도씩 대우계열사
의 외부감사를 책임져 왔기 때문에 이번 자산실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눈치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밝혀지지 않은 부실이 있는지 없는지는 자산실사를
해봐야 안다"며 "회계감사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회계법인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보와 기아자동차 사태때도 이들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의 잘못이 밝혀져 문제가 됐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자산실사 결과 당시 감사를 맡은 청운회계법인이 분식
결산 등의 위법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난 때문이다.

이 회계법인은 한보철강이 지난 95년 적자규모를 8백40억원에서 1백72억원
으로 줄이고 기아자동차가 91년부터 97년까지 7년간 3조3천9백77억원의
손실을 숨긴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또 대우통신이 97사업연도에 당기순이익을 2백80억원이상 부풀려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켰으나 역시 이를 찾아내지 못했다.

청운회계법인은 결국 한달간 신규영업을 정지당하는 수모를 겪다 현재
청산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관련 관련업계에서는 현재의 조건속에서는 외부감사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인력보강과 기업회계투명성을 제고하는 조치가 필요
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기본적으로 회사가 잘못된 기초자료를 제공할 경우 오류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대우자동차의 매출채권의 경우 수백만의 거래처가 있기 때문에
샘플링을 통해 사실확인을 할 뿐 모든 거래처와 대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기아사태이후에 자산실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은 두달동안 다시
재조사를 했지만 부실을 밝혀 내지 못했다.

이후 기아 경영진이 손실을 숨겼다고 고백을 하고 나서야 부실이 파악됐을
정도다.

회계법인이 외부 감사결과를 "적정"이나 "한정" 등의 문구로 표현하는
것도 이같은 악조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회계사는 "미국의 경우 상장회사에 1명이상 외부회계사가 상주하고
있다"며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고 말했다.

해외법인에 대한 감사도 마찬가지다.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해외법인에 대해서는 해외감사기관의 감사보고서
를 인용한다.

이 해외보고서가 잘못됐다면 국내 본사의 재무제표도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간과 인력의 부족도 회계부실 가능성의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70억원을 넘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법인수는 7천6백81개.

이에비해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사는 4천여명이다.

이 회계사들은 기업 외부감사뿐만 아니라 기업컨설팅 인수합병 등 각종
업무도 챙겨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회계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경영
구조가 투명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