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추진해온 7개 업종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채권단의 출자전환 및 세제 지원 등의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한 빅딜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해당 업체들이
대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재계의 자율빅딜 발표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어 빅딜 성과를 설명하고 정부에 세제 등의 정책개선과제를 건의했다.

이 자리에는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을 비롯해 박세용 현대, 이학수
삼성, 강유식 LG, 유승렬 SK 구조조정본부장 등 4대 그룹의 구조조정 책임자
가 참석했다.

대우에선 정주호 구조조정본부장 대신 김용호 구조조정본부 상무가
참석했다.

또 현대전자 등 빅딜관련 기업의 임원과 통합법인 사장들이 배석했다.

<>빅딜 추진 현황 =전경련은 지난해 9월3일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항공기 철도차량 발전설비 선박용엔진 정유 등 8개 업종에 대한 빅딜방안을
발표했다.

형식상 재계가 자율적으로 사업구조조정을 하기로 합의한 것은 처음이었다.

재계는 이후 우여곡절 끝에 반도체 정유 철도차량 등 3개 업종에선 사실상
통합을 끝냈다.

또 발전설비와 선박용 엔진, 항공산업 석유화학 등 4개 업종의 빅딜은
마무리단계에 있다.

이들 업종의 관련기업들은 이관자산가치, 채권단 출자전환, 외자유치 등을
놓고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

또 자동차의 경우 기아자동차가 현대로 넘어갔으나 작년말에 현안으로
떠올랐던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은 무산됐다.

<>평가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한국의 사업구조조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지난 1년간 진행돼온 빅딜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재계가 자율적으로 사업구조조정을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는 과거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해 이뤄졌던 구조조정과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재계에 빅딜을 재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과 최종합의는
민간 자율로 이끌어냈다는 게 전경련측의 평가다.

손 부회장은 "밥을 지을 때 솥뚜껑을 자주 열면 밥이 설익는다"며 외자유치
부진을 지적한 언론에 섭섭함을 나타냈다.

일부에선 정부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깨고 빅딜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서 큰 후유증을 남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책개선과제 =재계는 빅딜을 완결하기 위해선 채권단의 출자전환 및
지급보증 요구철회, 세제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의 경우 국내 채권단이 5천억원의 부채를 출자전환해 줘야하고
항공과 철도차량도 채권단 출자전환과 신규 운전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구조조정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자본금의 30%이상을 출자하면 계열사로 편입하는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요건 때문에 항공과 철동차량 통합법인에 투자한 삼성 현대 대우가
공정거래법상 각종 여신규제를 받고 있다.

전경련은 구조조정 지원세제의 적용시한을 2000년말까지 1년간 연장해줄
것을 건의했다.

한편 기준 대산 석유화학단지 통합추진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대와 삼성의 유화 통합법인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국내업체의 투자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정구학 기자 cgh@ >

[ 재계 빅딜 추진 현황 ]

< 완료업종 >

<> 반도체 : 현대전자, LG반도체 인수(99년7월2일)
<> 정유 : 현대정유, 한화에너지 정유부문 인수(99년8월31일)
<> 철도차량 :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철차부문 통합
(99년7월7일)

< 마무리단계업종 >

<> 항공 : 삼성 현대 대우 항공사업통합(10월말)
<> 발전설비 선박용엔진 : 한국중공업, 현대 및 삼성중공업 관련 사업
인수 (10월1일 양수도 계약)
<> 석유화학 : 미쓰이 자금유치 및 채권단 출자전환 추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