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대부"중 한사람으로 꼽히던 김창희 대우증권 사장이 2일 퇴임
했다.

대우증권의 경영권이 채권은행단으로 넘어가면서 대표이사 사장직을 내놓고
물러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62년 증권계에 투신한 이래 증권거래소, 한국투자공사
(증권감독원 전신), 삼보증권 등을 거쳐 대우증권 사장에 이르기까지
증권업계에서만 37년을 보냈다.

그중 16년은 대표 이사로 국내 최고의 증권회사를 이끈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김 사장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각별한 사이다.

경기고 연대 경제학과를 같이 다녔으며 지난 73년 김 회장이 현 대우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을 인수하면서 대우에 합류했다.

친구이자 그룹 회장인 김우중 회장의 신임을 받아 83년엔 대우가 인수한
삼보증권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다.

삼보와 동양이 통합돼 대우증권으로 새롭게 출범한 뒤에는 줄곧 대우증권
대표를 맡았다.

평소 보수적인 업무스타일과 "김핏대"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다소 다혈질이
기도 하지만 과감한 업무처리로 대우증권을 업계 1위로 올려 놓는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또 지난 93년 약정경쟁 중단선언, 지난해 임직원 윤리강령선언 등으로
대우증권뿐 아니라 업계의 경영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90년대 들어 증권산업의 고속발전과 함께 김 사장은 대우그룹 운영위원회
위원, 증권업협회 부회장, 증시안정기금 대표이사장, 코리아펀드 부회장,
상장사협의회 부회장등 여러 직함을 가진 화려한 시절을 보내기도 했으나
거함 "대우호"의 침몰로 함께 뜻하지 않게 물러나게 됐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쩌면 김 사장이 너무 오랫동안 대우증권을
운영해 왔다는 것이 대우증권에 큰 약점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증권사
사장단의 맏형인 김사장이 그룹의 부실로 뛰어난 실적에도 불구하고
물러나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 김태철 기자 synerg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