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보석 브랜드들은 저마다 유명하고 역사깊은 명품시계를 보유하고
있다.

카르티에의 팬더, 불가리의 투보가스, 티파니의 아틀라스 등 이름있는
컬렉션과 시리즈에는 반지 목걸이 등의 장신구와 함께 시계가 들어 있다.

이는 장신구로 이들 브랜드의 품위와 화려함을 즐기는 고객들이 시계 또한
보석과 같은 무게의 이미지를 원했기 때문이다.

보석의 호화로움에 시계의 기능성을 합친 명품시계는 매출에도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특히 보석의 의미를 장신구보다는 혼수품 등 예물에 두고 있는 국내에서는
각 브랜드의 평균 시계 판매액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탈리아의 불가리는 "불가리-불가리"라는 시계 덕분에 보석에 관심없는
남성들에게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브랜드의 관계자는 지난 3월 한국 1호 매장을 오픈했을 때 불가리라는
브랜드명을 미리 알고 찾아온 고객의 상당수가 남성들이었다고 전한다.

남자고객들은 오래전 해외출장 길에 산 "불가리-불가리" 시계의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하거나 신모델을 구입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불가리-불가리 시계는 베젤(Bezel.원형의 가장자리 부분) 위에 로고가
이중으로 새겨진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원래 1975년 한정판으로 나왔으나 기대 이상의 성공에 힘입어 지금은
불가리의 중요한 핵심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불가리 시계의 가장 오래된 디자인은 스네이크 워치다.

금으로 된 뱀의 몸체가 손목 부분을 유연하게 감싸고 있고 뱀의 머리 모양
안쪽에 시계판을 두고 바깥쪽을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으로 세공한 팔찌 모양
의 이 시계는 불가리의 베스트셀러중 하나다.

뱀은 지혜와 영원한 생명의 상징으로 헬레니즘과 로마시대에 장신구의
디자인으로 많이 사용돼 왔던 소재다.

이 고전적인 스네이크 워치의 전통을 현재까지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제품라인이 투보가스 시계다.

투보가스 기법은 불가리 내부에서도 최고로 숙련된 장인 3명 정도만이 할 수
있는 세공방식이다.

금속을 스프링처럼 감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투보가스는 특유의
유연성과 부드러움을 가장 큰 매력으로 삼고 있다.

불가리 시계는 로마시대와 헬레니즘을 현대적으로 해석,시계 디자인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이탈리아의 최첨단 과학과도 교감을 나누고 있다.

한 예로 이탈리아 항공인 알리탈리아 비행기의 몸체에 거대한 불가리
시계를 그려 국가를 대표하는 미래적이고 과학적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와 불가리의 관계처럼 티파니 아틀라스 시계는 미국 중상류층의
문화와 시간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적 음영으로 새겨진 로마숫자와 메탈 지침판이 인상적인 아틀라스
시계는 1983년 탄생 이후 지금까지 시계판의 소재를 바꾼 새로운 버전이 계속
나올 만큼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시계 외에도 목걸이 팔찌 귀고리 등 액세서리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
아틀라스 컬렉션의 모티브는 미국 뉴욕 5번가 티파니 본점을 장식하고 있는
같은 이름의 거대한 조각품이다.

나무를 깎아 조각을 만들고 그 위에 동을 씌운 9피트 길이의 아틀라스신이
지름 4피트의 둥근 시계를 어깨에 짊어진 디자인으로 티파니의 창업주인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1853년에 세운 것이다.

이 거대한 아틀라스 시계는 1860년대에 발행된 한 신문이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힐끗 쳐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뉴요커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담을
정도로 뉴욕의 명물이 되었다.

또 이 시계가 지금까지 단 한차례 멈춘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1865년
4월15일 오전7시22분, 링컨 대통령이 서거한 순간이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창립 50주년 기념품인 테소로(Tesoro) 컬렉션과 아메리칸 귀족주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클래식 컬렉션 등이 티파니의 명품 보석시계
시리즈로 꼽힌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