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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임준수 스크린 에세이) 신팜므 파탈 '아이 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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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극장가에선 사납고 드센 여주인공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이들은 소위 "팜므 파탈"로 불리는 반남성의 낭자군이다.

    남자를 배격하는 정도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아예 제거대상으로 삼는다.

    60년대 프랑스 영화비평가들이 미국의 B급 범죄 스릴러에 femme fatale라는
    용어를 썼을 때만 해도 이에 해당되는 여주인공은 남자를 곤경에 몰아 넣는
    "위험한 여인"정도의 의미만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스크린에 등장하는 "팜므 파탈"은 단순히 위험한 존재로 끝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요부-독부 이상의 잔혹성과 대담성을 보인다.

    그들의 공통점은 남자를 성의 노리개로 삼으면서 때로는 목숨까지 끊는 것.

    10여년전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원초적 본능"의 여주인공이 그 대표주자에
    속한다.

    즉결처분 대상에 오른 남자들은 대개 "당해도 싼" 치한들이지만 살인수법이
    너무 잔인한 것이 문제가 된다.

    이젠 한국영화에서도 섬뜩한 여주인공들이 예사로 등장한다.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선보였다는 미국영화 "아이 오브 비홀더(Eye of the
    Beholder)" 역시 팜므 파탈의 전형을 보인다.

    여주인공을 가까이 하려던 다섯 남자가 목숨을 잃는데 그녀에 접근하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적군(?)을 즉결처분할 때는 호텔-아파트-차고-열차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녀 자신도 끝내는 죽음에 이르지만 사필귀정이나 자업자득이 아니라
    애석한 희생처럼 그려져 있다.

    적어도 "악인은 지옥으로"라는 범죄물의 모델은 이 영화에선 통하지 않는다.

    범죄여인을 뒤쫓는 남자주인공의 심리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첨단 수사장비로 잔혹한 살인행각을 궤뚫어 보면서도 상대를 잡을 생각은
    접어둔 채 짝사랑까지 하면서 보호자역할을 하니 어이가 없다.

    도망자나 추적자 모두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할 대상인데도 그들의 일탈행위
    가 조금도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것도 문제가 있다.

    둘 다 불행한 과거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상처입은 영혼"이라고 해서
    악을 선으로 돌릴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팜므 파탈의 잔혹한 살인행각은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데도 관객에게
    연민을 일으키도록 유도한 것은 감독의 창작권 남용이다.

    이 영화가 관객을 사로잡는 위장술은 스크린 정취에서도 나타난다.

    잔혹한 범죄가 벌어지는 대도시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가 하면
    애잔한 선률이 감미롭게 흐른다.

    넘실대는 도회인의 인파도 매우 인상적으로 묘사돼 있다.

    그런 정겨운 요소들은 살인현장의 피비린내를 씻어 주는 효과도 나타낸다.

    살벌한 서부극에서 황야의 석양으로 서정미를 일으키듯이...

    시대가 바뀌면서 스크린의 정취도 많이 바뀌었지만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역시 스크린의 전사들이다.

    서부의 총잡이와 세대교체한 전투세력은 도시의 깡패조직이 전부가 아니다.

    남자의 완력을 야유하며 무섭게 떠오르는 신흥세력-즉, "팜므 파탈"이라는
    차세대 킬러가 이미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 jsrim@ 편집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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