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지원책이 겉돌면서 대우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대우 해외법인 및 지사 등 해외 네트워크도 타격을 받고 있다.

30일 (주)대우는 최근 서울 본사의 영업 위축으로 전세계에 있는 1백83개의
법인 및 지사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금융 기관들이 바이어가 지급을 보증한 마스터 LC가 있어도
로컬 LC를 개설해주지 않는 등 본사의 신용하락이 점차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 수출총괄 담당자는 "최근들어 일본 도쿄법인 미주법인 독일
프랑크푸프트 법인이 현지에서 수입 신용장을 제대로 개설하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계 은행이 개설한 본드를 인정하지 않아
플랜트 및 공사 수주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대우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무한정 지연되자
각종 입찰과정에서 대우의 참가자격을 박탈했다고 대우측은 전했다.

더욱이 중국에 있는 법인 및 지사의 경우 국 내외 경쟁사들이 대우 관련
악성 루머를 퍼뜨려 단골 바이어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본사에 알려왔다.

이에 따라 중국 상하이 지사 주재원들은 바이어 이탈을 막느라 일상적인
수출업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 주력사들의 생산 및 영업이 위축되고 일부 협력업체들이 대우로부터
받은 진성어음을 할인받지 못해 부품납품을 꺼리면서 해외 생산법인의
정상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에서 각종 부품 및 설비를 갖다 쓰는 대우의 해외 생산 법인은 줄잡아
1백30여개에 달한다.

대우가 하루속히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이들 해외 생산기지의 라인도
정상 가동할 수 없을 것이란게 대우측 설명이다.

대우는 현재 수출용 원자재를 수입하기 위한 LC조차 개설하지 못하고 있어
공급 기지로서의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대우는 중국 해남성에 있는 음료수캔 제조업체인 해우석판에 주석도금
강판을 선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본사의 DA(수출 환어음) 한도가 소진돼 대우는 연말까지 50억원의 수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현지 법인은 원자재를 제때 조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우는 지금과 같이 본사의 생산 및 영업기반이 흔들릴 경우 대우가 해외에
투자한 법인까지 연쇄적으로 자금난을 겪게 되고 수출도 급격히 줄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 주력사들이 워크아웃 상태에서는 해외 투자사업장에 대한 자금 지원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수출의 13~14%를 담당하는 대우의 수출이 위축되면 국내 수출전선
에 먹구름을 드리워지게 된다.

대우 관계자는 "대우 해외 사업도 국내 구조조정의 틀에 따라 정리될 수
밖에 없지만 국내 주력사들의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치게 되면 해외 네트워크가
일순간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주)대우는 이미 해외 사업장에 대한 정밀 평가작업에 착수해 장기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법인이나 지점을 조기에 폐쇄키로 하는 등 해외 기지
처리방안을 마련중이다.

대우자동차도 KPMG 용역 보고서를 참고해 일부 해외 자동차기지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대우가 해외에 투자한 돈은 약 1백억달러정도이고 대부분의 해외법인도
차입금 규모가 많아 대우 주력기업들이 하루속히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