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3000"(게로 폰 뵘 저, 장혜경 역, 끌리오, 1만원)은 미래사회의
모습을 과학이라는 프리즘으로 조망한 책이다.

저자는 다가올 새 천년동안 일어날 여러가지 과학적 재앙과 우리의
대처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인류가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미래는 우울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래사회에서 과학이 종교처럼 추앙받게 된다면 유토피아는 간 곳 없고
디스토피아만 존재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가 진단한 "불행한 세기"의 단면들은 어떤 모습인가.

2030년쯤이면 인간의 유전형질이 완벽하게 해독될 것으로 보인다.

동물을 인공자궁에서 키울 수 있는 생식의학과 복제기술의 천국이 도래하는
것이다.

그러면 인류의 오랜 꿈인 완전한 인간, 즉 불로의 길이 개척될 것이다.

사실 완전무결한 생명체를 갈구하는 것은 인류의 염원이었다.

그리스시대부터 플라톤은 우수한 남녀의 결합을 국가주도로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찰스 데이번포트도 결점투성이 세포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며 우생학 붐을
일으겼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는 일이 끝나고 나면 모든 질병이 정복되고 생명연장도
가능해진다.

과학자들이 칩을 인간의 뇌에 이식하는 것도 멀지 않았다.

인간의 창조성과 컴퓨터의 무한한 연산기능및 속도를 결합하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지니거나 영생의 유혹에 빠질 것이다.

미래 도시 또한 걱정스럽다.

인구 3천만명 이상의 미래 도시 "몰렉"은 환경오염 범죄 빈부격차 등으로
엄청난 고민거리를 안겨줄 것이다.

생활권 확장 경쟁으로 수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지구 생태계는 치명적인
혼란을 겪을 것이다.

이렇듯 빛의 뒷면에는 바드시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저자는 이같은 과학의 질주 뒤에는 인류가 "유전적 계급사회"로 치달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이 인위적 선택으로 제조되고 불행도 그에 비례할 것이라는 충고다.

그래서 그는 합리적인 사고의 통합을 주장한다.

기술만능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융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총체적인 사고만이 충돌할 것만 같은 발전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제언은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들을 경구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